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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동대문01’ 마을버스 노선 변경 강행 논란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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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손지연 기자

  동대문구는 지난해 5월 26일 ‘경희대로 1길’을 포함한 경희대 먹자골목 일대에서 해당 상권의 발전을 위한 ‘차 없는 데이’를 진행했다. 6,000여명의 인파가 모인 행사였다. 이곳은 길 양옆으로 대학생들이 즐겨찾는 식당과 술집들이 입점해 있는 대학가 먹자골목으로, 양방향으로 통행이 가능한 차도이자 인도로 이용된다. 그런데 동대문구는 ‘동대문01’ 마을버스가 이런 거리를 지나가도록 하는 마을버스 노선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 ‘노선 연장’ 불발되자 노선 조정으로

동대문01번 마을버스는 회기역과 경희대, 경희의료원을 왕복한다. 총 다섯 정거장. 거리로는 850m 정도를 순환하는, 서울시에서 가장 짧은 버스노선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3년 대중교통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정류장 당 이용인원이 가장 많은 과밀노선으로 꼽히기도 했다. 동대문01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지난달 기준 월 21만여명이다. 이들은 경희대로 통학하기 위해, 경희의료원에 진료를 받기 위해 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현행 노선에서 고려대역을 잇는 ‘노선 신설안’ 논의가 제기되면서다. 앞서 동대문구는 ‘마을버스 노선 체계 전면 재정비’를 발표하고, ‘2023 마을버스 노선 정비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구는 이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서울바이오허브-한국과학기술원홍릉초등학교-국방원구원–고려대역 3번출구 노선을 신설(연장)하는 안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6월 27일 우리운송(동대문01 버스 운영업체)을 비롯해 동대문 경찰서, 서울홍릉초등학교, 경희대학교,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마을버스운송조합 등 관련 기관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회신 기한은 8월 30일까지였다.

이에 우리운송 측은 8월 27일 “신설안 반대” 의견을 담아 동대문구에 회신했다. “현존하는 시내버스 노선의 98% 이상과 마을버스 노선의 70% 이상을 중복되는 새로운 마을버스 노선 신설은 법규 위반”이라는 게 우리운송 측 주장이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는 “노선 및 운행계통을 연장하려는 경우 그 연장거리는 기존 운행계통의 50% 이하로 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동대문구에서 제안한 노선 신설안은 기존 노선의 50%를 초과해 연장 추진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기본적인 법 규정도 확인하지 않은 채 용역이 진행된 것이다.
그러자 동대문구는 회신 기한 이틀 뒤인 9월 2일 ‘노선신설’이 아닌 ‘동대문01 노선조정’으로 입장을 바꿨다. 회기역에서 출발해 경희대로 1길 먹자골목을 통과하는 노선으로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해당 조정안 검토 요청은 동대문 경찰서와 시내·마을버스운송조합, 우리운송에 전달됐다.

이번에도 우리운송 측은 “조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구에 전달했다. 하지만 9월 27일 구는 마을버스 노선조정심사위원회를 열고 ‘노선조정’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 폭 5m 먹자골목에 3m 버스가 다닌다?

경희대로 1길 먹자골목은 도로 폭이 5미터에 불과하고, 인도와 차도가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아 버스와 같은 대형 차량이 통행하기에 사실상 어려움이 있는 곳이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국가 보행교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행자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는 ‘보차혼용 도로’가 보차분리 도로보다 교통사고가 53.5%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경희대로 1길은 버스와 같은 대형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보기 힘들었다.  도로의 양 옆으로는 치킨집부터 맥주집 등 주류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1층에는 주로 음식점들이 자리했고, 2층에도 음식점이나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방탈출 카페 등이 있었다. 

거리를 지나면서 도로 곳곳에 주차돼 있는 차들과 음식물쓰레기통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음식 배달을 위한 오토바이, 주차금지 표지판들도 눈에 띄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이 도로는 이미 차량이 우선인 도로라기 보다 보행자들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대학가 먹자골목’이라는 점이었다. 

심지어 이 먹자골목은 동대문구청에서 경희대학교 봄 대동제 기간과 연계해 주민·상인·대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차 없는 데이(DAY)' 행사를 진행한 곳이다. 동대문구청은 지난해 5월 26일 저녁 6시부터 경희대로 1길을 포함한 이 일대에서 음악 공연을 펼치고 거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하는 ‘야장’을 연 바 있다. 
동대문01 버스를 운영하는 우리운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방법 저 방법 안 되니까 갑자기 이렇게(골목으로 운행) 한다는 얘기”라며 “학생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굉장히 높고 상가 지역이면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식자재나 주류를) 납품하는 차들이 오가는데 차가 어떻게 다니냐”고 토로했다.

또 “경희의료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중풍 치료 병원이라 환자들이 시골에서도 올라온다. 환자들이 제일 불편할 것”이라며 “마을버스가 돌아서 가게 되면 배차 간격이 길어질 테고 나 같아도 그냥 걸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일한 흑자 노선이 적자로 돌아설까 걱정된다고도 덧붙였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버스 회사 측에서 노선 변경을)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일 것 같다”면서 “마을버스 차체가 좀 크고, 거기가 골목에 술집 주변인데 불법 주차도 많다. 마을버스가 관통한다고 했을 때 상인들은 고객 차량을 주차할 데가 없으며, 행인들의 안전도 위협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희의료원 주차타워의 출구가 그 골목과 연결이 돼 있다”며 “점심시간이 되면 불법 주차된 차량들과 진료받고 나오는 차들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때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대문구청에 경희대로 1길을 일방통행으로 하자고 건의했는데 어느 한쪽으로 일방통행이 정해지면 손해를 보는 라인이 생긴다며 상인들이 반발해 결국 무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 5,275만원 용역 결과와 상이한 노선 변경... 명분 없는 골목 노선

문제는 동대문구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명확한 근거자료는커녕, 행정절차 역시 부실했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경희대로 1길을 통과하는 노선 수정안은 당초 연구용역에 검토되지 않은 경로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용역업체에 따르면, 당초 고려대역까지 노선 변경을 검토했지만 용역 결과 산림과학원에 로터리를 만드는 방안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여객운수법상 현재 노선에서 50% 이하로만 변경 가능한 시행규칙을 알지 못한 채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소 측은 용역이 종료된 이후에야 이를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2월 5,275만원에 ‘동대문구 마을버스 노선 재정비 연구용역’ 사업을 따냈다. 해당 사업 배정 예산은 6,000만원이었다. 
◇ 동대문01, ‘주민 편의’ 위해 노선 변경?… ‘주민 안전’은 어디에

동대문구는 도로 폭이 약 5m인 먹자골목에 폭 3m 가까이 되는 버스가 지나가면서 발생할 안전문제에 대한 대응책은 전혀 미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동대문구는 마을버스 노선조정심사위원회를 열고 심의와 의결을 마쳐 서울시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구가 진행한 마을버스 노선 재정비 연구용역 내용과도 상이한 ‘꼼수 행정’의 결과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문제에 대한 대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게 없어서다. 

이 관계자는 “해당 도로의 안전성 문제가 있어 현재 양방향 통행인데 일방통행을 해볼까 한다”면서도 “경찰서 심의와 주민 의견도 거쳐야 해서 아직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상가 골목 안에 주차돼있던 차들도 문제가 된다”며 “주차 단속도 좀 강화를 하려고 한다. 술집이 많이 밀집하다 보니 우려가 되긴 하는데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다른 방안도 마련해보겠다. 하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김성철 공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이라면 먹자골목은 보차 분리가 되지 않아서 보행자 위험이 있고 주취자들이 있는 상태”라며 “운행에 안전사고가 날까 우려가 있으니 도로를 정비하거나 안전 가이드라인을 세워서 마을버스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도로 정비를 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김 정책위원장은 “사실 신설 노선을 만드는 방식이라면 그렇게 중간 꼼수를 쓰지 않아도 가능한데 이례적인 일”이라며 “행정 조치를 통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그런 ‘꼼수 행정’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이런 상황이면 운행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버스 노선조정심의위원회는 지역 주민들이 들어가기보단 업체 관계자들과 행정이 참여하는 협의회에 가깝다”며 “원만하게 조정되지 않고 일방적인 행정의 요구대로 정리가 된 상황이라 갈등이 장기화되면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누가 가장 피해를 보는가를 생각해 보면 경희의료원을 이용하고 대학교를 통학하는 기존의 이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것이고 그 골목을 보행하던 보행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라며 “구 의원에게 마을버스 교통 편의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던 사람이 설마 이 방안을 지지했겠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행정편의적으로 논의만 되고 있는 것이어서 일차적으로 동대문구청이 무리를 하는 것 같다”며 “이건 말이 안되는 접근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동대문01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우리운송은 행정소송까지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선 변경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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