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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앵커 “기자는 대통령 부하가 아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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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사과를 할 때 꼭 갖춰야 될 요건이 몇 가지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지 명확하게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대통령께서는 대국민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로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렸다, 어떻게 보면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명태균 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휴대폰을 바꾸지 못해서라든지 아니면 사람 관계에 대해서 모질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마치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 만 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오해를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TV를 통해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우리에게 사과를 한 것인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 7일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 당시 기자의 질의를 두고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무례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을 포함해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묻는 언론에 대해 역대급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적반하장식 매도”라고 비판했다.
언론도 비판에 나섰다. 20일자 JTBC ‘뉴스룸’에서 한민용 앵커는 “임기 반환점을 돈 대통령실에서 쇄신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는 발언들이 대거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때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지를 물은 기자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며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은 홍철호 수석의 실언이 나온 뒤 사과와 해명,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입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홍 수석은 박석호 기자의 질문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했다.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자들에 대한 ‘눈치 주기’로, 지역기자단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대통령실을 규탄했다. 대통령실이 즉각적인 사과와 해명에 나서지 않을 경우 지난 3월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MBC 잘 들어”라며 ‘기자 회칼 테러’를 언급했던 사건 이상의 파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