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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면 집합운용(CDC) 도입을” [WM 연금리포트]
웰스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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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오는 2040년에 정점을 찍고 2055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앞으로 15년 이후 국민연금기금이 감소하면 주식시장에서 매물 증가로 수급 불균형을 빚고 거대한 자금 유출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을 보완해 국민 노후생활의 버팀목이 될 대안으로 부상한다.
퇴직연금 제도 개선해야 증시 안전판 가능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의 주식시장 안정 기능과 역할 대한 관심이 증폭된다. 과연 퇴직연금은 위기를 맞을 주식시장에 구세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 추계와 자본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퇴직연금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퇴직연금의 증시 안전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퇴직연금이 2037년 1000조원을 돌파하고, 2040년 최대 206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수익률 제고를 포함해 퇴직연금제도 개편 방안이 원활히 추진된다면 국민연금의 급격한 기금 감소기에, 적어도 자본시장의 수급 측면에서 퇴직연금의 유의미한 시장 대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DC 도입으로 수익률 제고 필요
남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정책 방안의 핵심은 자산배분 문제로, 전문가의 참여와 도움을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간접투자 수단의 적극적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디폴트옵션의 적격상품은 TDF 및 BF 같은 자산배분펀드 위주로 구성돼야 하며, 확정기여형(DC) 적립금은 대부분 디폴트옵션의 자산배분펀드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일반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투자자 개인이 연금을 운용하므로, 운용 위험을 개인이 전부 부담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그는 확정기여형 적립금의 집합운용(CDC)을 통해 외부 전문가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CDC가 가능한 기금형 지배구조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간 금융기관의 적극적 참여와 활발한 경쟁구도를 통해 성공한 호주의 '수퍼애뉴에이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
CDC의 경우 기금 등을 통해 연금을 집합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에 대한 복잡한 고민 없이 편리하게 연금 관리가 가능하다.
아울러 사업자 이해관계로 중단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퇴직연금 수익률 낮은 이유
퇴직연금의 상품 유형별 장기수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상품 모두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원리금보장상품은 해당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2.2% 수준임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실질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자산 편입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가입하는 원리금보장상품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가치 측면에서는 오히려 손실이 확정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원리금보장상품은 자산의 일시적인 보관 수단이지, 연금자산의 장기적인 운용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실적배당상품도 추세적 하락을 보인다. 5년 평균수익률에서는 분명치 않으나 10년 평균 장기수익률에서는 뚜렷한 추세적 하락이 관측된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원리금보장상품 대비 실적배당상품의 초과수익률은 0.74%포인트에 불과하다.
실적배당상품 수익률의 높은 변동성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수준의 위험프리미엄이라 할 수 없다. 실적배당상품 역시 양호한 위험수익특성의 투자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민연금기금의 장기수익률과 비교하면 퇴직연금 실적배당상품의 위험프리미엄 하락은 추세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정도의 위험프리미엄을 시현하는 투자 상품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보다 많은 위험을 취할 것을 유도하는 수익률 제고 정책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퇴직연금의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구성은 일반 공모펀드 분류 방식과 유사하게 주식형(14.5조원), 혼합형(7.1조원), 채권혼합형(8.7조원), 채권형(9.0조원) 등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포트폴리오로는 현재 원리금보장상품에 치중된 퇴직연금 운용 행태가 실적배당형으로 전환되더라도 기대수익률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2021년 4.6% 수준까지 증가했으나 2022년 시장 침체로 3.7% 수준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회복하는 추세다.
이는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개인형 퇴직계좌(IRP) 적립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11.0%에 이르는 데 기인한다.
확정기여형(DC) 역시 주식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나, 퇴직연금제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의 주식 비중이 0.5% 대에 고정되어 있는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
퇴직연금의 운용 효율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DC형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전체 주식 자산에서 해외주식 비중은 60% 이상으로 추정된다. 주식 자산의 상당수를 TDF가 차지하고 있는데, 국내 TDF는 해외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1.6% 미만으로 추정된다. 전체 382조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6.3조원 미만의 금액이 국내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셈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 추계 시나리오1
적극적인 제도 개편 없이 현행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37년에 1,000조원을 돌파하고 국민연금기금 고갈 시점인 2055년에는 1,85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생산가능인구의 퇴직연금 완전 가입이 달성된다면 2055년 적립금 규모는 3,497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이같은 전망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수익률이 연2.07%에 고정된다는 가정하에서의 추계 결과다.
국민연금기금의 최대 적립(1,755조원) 시점인 2040년에 퇴직연금 적립금은 기본가정 하에서 1,172조원으로 전망되며, 국민연금기금 대비 67% 수준이다. 2040년 시점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퇴직연금 규모는 국민연금의 7.5%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국민연금 고갈시점인 2055년에 퇴직연금 적립금은 1,858조원 규모로 이는 국민연금 최대 적립규모의 106% 수준이 된다.
주식시장에 대한 퇴직연금 유입 규모는 국민연금의 최대 적립시점 대비 12% 수준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급격한 자금 회수를 퇴직연금이 받아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라는 의미다.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 추계 시나리오2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 노력이 원활히 추진되어 장기적으로 운용수익률 연4.5%인 국민연금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면 기본가정에서도 퇴직연금 적립금은 2055년에 2,726조원 규모로 증가한다.
여기에 적립금 축적을 위한 제도 개편까지 더해진다면 2055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7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 퇴직연금 적립금은 기본가정 하에서 1,54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88%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점인 2055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2,7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40년 국민연금 최대 적립규모의 15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5년의 기금 감소기 동안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 유출 규모의 67% 정도가 퇴직연금으로부터 유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익률 제고를 포함해 퇴직연금의 전반적인 제도 개편이 모두 원활히 추진된다면 2040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63조원(국민연금 대비 118%)에서 2055년 5,074조원(국민연금 최대적립 대비 289%)으로 증대될 수 있다.
한마디로 시장의 수급 측면에서는 국민연금 감소기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출되는 자금을 퇴직연금이 받아줄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는 퇴직연금 자산구성이 현재와 같은 현금자산 85%의 기형적 구조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로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에 퇴직연금을 맡긴다?
최근 퇴직연금의 운용을 국민연금에 맡기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운용하면 이러한 포트폴리오 전환이 바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기본적인 기금운용 기제를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발상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퇴직연금을 운용한다는 말이 현행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비례적으로 추가해 동일하게 운용하고 그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금의 원천과 속성이 전혀 다른 두 개의 기금을 하나의 펀드로 운용할 수는 없다. 별도의 자산배분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면 운용본부를 설치해야 하므로 새로운 공공기관 신설에 가깝다.
민간의 연금자산 운용에서 공공기관이 메기 역할을 하는 사례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퇴직연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역량을 발휘하는 지배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