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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돋보기] 정몽규, 비리·무능함에 이어 직무태만?…'대항마' 허정무 등장에 4선 도전 '첩첩산중'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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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내년 1월 열리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국회에서 많은 국회의원들의 비판 속에서도 끝내 4선 도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대한축구협회의 각종 비리 논란뿐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노조가 정 회장이 이끄는 집행부는 무능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20일 정 회장이 직무에 태만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징계를 요청해 더욱 위기를 맞았다.
심지어 이제는 정 회장의 독주 체제를 막을 대항마도 나타났다. 유럽 축구 무대를 경험한 선수 출신으로 감독, 행정 경험을 두루 갖고 있는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 전 감독은 오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문체부 감사 결과 드러난 각종 비리…대한축구협회는 이상한 해명만 내놓아
이날 문체부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 감독의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과거 승부 조작 선수들을 셀프 사면한 뒤 철회한 과정, 비상근 임원들에게 수십억원의 비용을 지급한 방만한 행정, 자격 없는 코치진을 뽑았던 행태, 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드러난 문체부 패싱 및 규정 위반 등을 연이어 거론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곧바로 다음날 해당 의혹들에 조목조목 해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은 문제없다"는 뜻을 고수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진 이유가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와 문체부 탓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자격이 없는 코치진 선임과 관련해서는 "감독 외에 코치진이 이사회 선임 대상이 되는 것은 축구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며 "최적의 코치진은 감독이 구상하는 것이다.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협의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펼쳤다.
여전히 대한축구협회가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그야말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문에 축구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대한축구협회 노조들도 인정 못 하는 정몽규 집행부…"무능 그 자체, 연속된 헛발질"
노조 측은 "축구 팬과 언론의 성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회장의 4선 고지만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정몽규 집행부의 행태는 무지를 넘어 무능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회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고 위기를 맞은 대한축구협회를 수습하는데 남은 임기를 보내길 바란다. 정 회장의 불출마 선언이 한국 축구 위기를 수습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정몽규 집행부의 연속된 헛발질을 보면서도 '상식의 수준에서 수습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 기대에는 대한축구협회 구성원이라는 일말의 책임 의식도 있었다. 사측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문제가 없었는지 자성하고 성찰의 시간을 먼저 가졌다. 내년 1월 실시되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노조가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침묵이 길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도 일부 축구 팬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몽규 집행부는 이번 임기까지만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정 회장은 우여곡절 속에 꾸려진 대표팀 감독과 스태프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끝으로 한국 축구와 인연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나머지 산적한 개혁 과제는 차기 집행부의 몫으로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스포츠 윤리센터 "정몽규는 직무 태만"
스포츠 윤리센터는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후 김정배 상근부회장의 임의적 행정을 정 회장이 그대로 승인해 준 것을 문제라고 봤다. 회장으로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이 규정대로 일 처리를 하는지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김 부회장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별도 회의를 열어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전력강화위원장의 권한을 위임한 건 규정상 근거가 없는 행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용기 낸 허정무, 31년 현대家 천하 무너트릴까
이러한 상황에 허 전 감독이 용기를 냈다. 그는 지난 18일 "일주일 전부터 깊게 고민했고, '좋다, 마지막으로 해보자'라고 결심했다. 이번 주 안에 정식으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또한 "축구인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축구인들이 통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보자고 생각했다"며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허 전 감독은 오는 25일 공식 출마 기자 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의 등장은 정 회장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허 전 감독은 선수 시절 유럽 무대를 경험했고, 감독직과 축구 행정 업무를 두루 수행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지휘하며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이끈 공로도 있다.
그가 내년 1월 선거에서 정 회장을 꺾고 신임 대한축구협회장에 등극하면 31년 동안 지속된 현대가 천하를 무너트리게 된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난 1993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으로 부임한 뒤 현대 일가가 사실상 대한축구협회를 장악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 이사장은 제 47대 회장으로 시작해 50대까지 4선에 성공했다. 51대 집행부는 선수 출신인 조중연 회장이 선출됐다. 다만 당시 정 이사장이 후계자로 지목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후 52대 집행부에 정 회장이 당선됐고, 3선에 성공했다. 현대가가 장악한 대한축구협회가 무려 31년 동안 이어졌다. 현대가 아성에 도전한 여러 축구인을 포함한 도전자들이 있었지만, 줄줄이 낙선했다.
현대가가 이렇게 대한축구협회를 장악할 수 있었던 건 막대한 자본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감사에 출석한 정 회장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대가가 31년째 대한축구협회를 장악했다"고 지적하자 "현대 계열 기업들이 남녀 프로팀 4개, 연령별 대표팀 10개 이상을 운영한다. 또한 국내외 축구계에 15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 주시길 바란다"고 답변을 내놓았다.
정 회장의 말처럼 대한축구협회 운영에 현대가가 지원해 주는 점은 당연히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현대 일가가 소유한 사기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위상을. 축구라는 종목을 토대로 드높이라는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조직이다. 투자를 무기로 방만한 행정 운영에 대한 정당성을 요구하고자 한다면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