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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미만 SNS 금지 법안, 호주 따라서 한국도?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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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상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년 간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 말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을 위반하면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이 최대 450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들 기업은 청소년 접근 차단을 위한 기술적 장치 마련을 소홀히 해도 벌금을 내야 한다. 이용자 개인에 관한 처벌이나 제재는 없다.
규제 대상 서비스는 호주 통신부장관 행정명령으로 결정한다. 틱톡, 페이스북, 스냅챗, 인스타그램, 레딧, 엑스(옛 트위터)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유튜브와 왓츠앱은 교육 및 창작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호주의 입법 과정이 알려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강력한 규제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일일 사용 한도를 제한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강력한 규제가 나온 배경은?
호주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례없는 고강도 규제이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미국의 텍사스·플로리다 등도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 규제가 있지만 이들 국가에선 ‘부모 동의’가 있으면 이용 가능하다. 블룸버그는 호주 규제를 가리켜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제정된 소셜미디어 이용 규제 법안 중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법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에서 “플랫폼들은 이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며 “우리가 당신 뒤에 있다, 이것이 호주 부모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메시지”라고 했다. 그는 과도한 소셜미디어 이용으로 인한 어린이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 등을 지적했다.
앞서 호주 의회는 소셜미디어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한 아동의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정부 차원의 캠페인도 진행했다. 대중의 지지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 여론조사에서 77%가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했다.
전세계적으로 10대의 소셜미디어 이용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에선 7개 가족이 틱톡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가족의 자녀 7명 중 2명은 자살했고 4명은 자살을 시도했고 1명은 거식증을 앓고 있는데 유가족들은 틱톡이 자살·자해·섭식 장애를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호주에서 유독 강력한 규제가 나온 이유도 있다. 우선 ‘부모들의 표’를 얻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있다.
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선거에 출마하는 중도 좌파 총리는 정치적 승리를 거두게 됐다”고 분석했다.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외국 서비스가 호주 인터넷 시장을 점령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서비스를 규제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 호주는 소셜미디어의 뉴스이용 대가를 규정하는 법안도 선제적으로 논의한 국가다. 로이터통신은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둔 거대기술 기업과 호주 간의 적대감을 기반으로 한다”고 했다.
규제에 따른 우려는 없나?
외려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데이비드 슈브리지 상원의원은 이 법안이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금지하면 고립감이 커지고, 더 위험한 플랫폼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역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많은 전문가들은 이 금지 조치가 소셜미디어 사용과 관련된 위험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둔감한 수단’이라며, 이로 인해 어린이들이 규제가 덜한 인터넷 구석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은 지난 3일(현지시간) 청소년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점진적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디언은 호주에서 10대가 만드는 소셜미디어 뉴스 채널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가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했다면, 지금 그의 삶은 매우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규제는 기회의 문을 닫고 창의성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청소년들의 우려도 담았다.
규제 무력화 가능성도 있다. BBC는 지난달 29일 보도를 통해 “(전문가들은) VPN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제한을 쉽게 우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했다. 다른 국가로 우회해 접속할 경우 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준도 불분명하다. 유튜브와 틱톡은 유사한 동영상 서비스지만 ‘교육’적 측면 등을 고려해 유튜브만 허가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