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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싱가포르 내수시장은 정말 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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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시장을 접근할 때 많은 기업들이 인구 규모를 첫 번째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2억8000만명의 인도네시아, 1억명이 넘는 필리핀과 베트남은 인구로 볼 때 분명 매력적이다. 이에 반해 인구 600만명이 조금 못되는 싱가포르 내수 시장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들의 실적과 한국 기업의 싱가포르 성공 사례들은 싱가포르를 단순히 동남아 거점으로만 생각하던 기존 선입관을 되돌아보게 한다.

인도네시아 대표 유니콘인 고젝(Gojek)의 공동 창업자 케빈 알루위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B2C(기업과 고객 간 거래)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싱가포르에서 먼저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싱가포르의 GDP(국내총생산)는 4620억달러(약 643조원)로 이는 자카르타 권역(2760억 달러)과 방콕 권역(2360억 달러)을 크게 앞선다.

더욱 주목할 점은 구매력이다. 싱가포르 내 상위 1%의 월평균 소득은 6만1000달러로 5700달러 수준인 인도네시아와 비교할 수 없다. 특히 싱가포르 가구의 90%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품질과 편의성을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파워 유저'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시장 특성은 최근 한국계 B2C 기업들의 싱가포르 성공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첫 진출한 후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2호점까지 확장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는 2020년 싱가포르에 진출해 현재 2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3위 피자 체인으로 성장했고, 이를 발판으로 방콕과 자카르타까지 영역을 넓혔다. 한국 뷰티 전문 이커머스 코코모는 온라인 성공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K-푸드 열풍을 타고 다양한 한국 식음료(F&B) 식당들이 싱가포르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진출할 때 B2B(기업 간 거래)와 B2C 시장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기업용 B2B 제품으로 동남아 거점 확보를 하거나 정부 조달시장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B2C 소비재의 성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의식주 관련 제품은 싱가포르의 높은 생활 수준과 맞물려 안정적인 프리미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체로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따라서 각 지역 소득수준에 맞는 맞춤형 전략과 함께 프리미엄 시장과 일반 시장을 이원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중산층의 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소득 수준을 넘어 교육 수준과 디지털 리터러시, 소비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중산층은 높은 교육 수준과 기술 친화성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은 2023년 전체 수익의 23%를 싱가포르에서 창출했다. 인구가 40배 많은 인도네시아(전체 29%)에 근접하는 수치다. 이는 싱가포르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전 칼럼에서 제시한 동남아 '점선면 확대 전략' 차원에서 싱가포르에서의 성공은 다른 동남아 주요 도시로 진출하는 강력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결국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들은 '인구=시장'이라는 단순한 등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매력, 소비 성향, 시장 성숙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작지만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실리콘밸리라는 지위를 넘어 이제 해외 B2C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 성공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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