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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돌파구=기술력’ K배터리 3사 인사로 본 미래전략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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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에서 14명, 삼성SDI 12명, SK온 2명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업황 부진으로 보릿고개가 지속되고,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 IRA 불확실성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엔 배터리 시장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등 다양한 상황이 있어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승진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K배터리 3사는 기술 인재를 적극 발탁하며 차세대 전지 기술력 확보에 힘을 실었다. 3사 CEO가 모두 기술 전문가로 배치되고, 다른 계열사로부터 R&D 인재를 적극 끌어온 것이 특징이다.
SK온, 배터리 사업에 하이닉스 DNA 이식 ‘기술력 강화’
SK온은 SK하이닉스 출신 인사를 영입해 자사 기술·제조 역량 강화를 꾀했다. SK하이닉스 출신인 이석희 사장에 이어 또다른 반도체 인재를 수혈했는데,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피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하며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이끈 인물이다. 회사는 또 신창호 SK㈜ PM 부문장을 신설된 운영총괄 임원으로 선임해 배터리 공급망 최적화에 나섰다.
SK온의 이번 인사는 기술 인재를 적극 등용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SK온은 이석희 사장 체제에서 11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첫 흑자전환 성과를 달성했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D램개발부문장, 사업총괄 등을 역임했으며 ‘인텔 기술상’을 3차례 수상하는 등 글로벌 제조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SK온은 최근 사내 교육 플랫폼에 ‘직무 전문 칼리지’를 신설하는 등 사내전문가 양성에도 힘을 쏟는 분위기다. 제조 기술과 품질, 구매, 디지털 기술 등 분야에서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미래 성장을 위해 사람과 연구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구성원을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삼성SDI CEO ‘재무통→기술통’ 변화
삼성SDI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그룹 내 핵심 ‘재무통’으로 꼽힌 최윤호 사장이 새로 생긴 경영진단실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를 ‘기술통’ 출신의 최 사장이 채운 것이다. 이는 배터리 사업이 캐즘 구간을 지나고 있는 만큼 투자를 통한 외연 확장보다 기술 강화에 중점을 둔 행보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그룹 내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모두 성과를 내 대표적인 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K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R&D 투자액을 지출하고 있다. 최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한편 글로벌 고객사 공략에도 탄력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삼성SDI는 이번 인사에서 박규성 상무의 차세대 전고체 전지의 양산화 추진을 통한 기술 우위 선점, 남주영 상무의 전자재료 개발 및 사업 경쟁력 제고, 김윤태 상무의 주주가치 제고 공로를 인정해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 ‘근본적 경쟁 우위 확보’에 방점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사장의 유임을 결정하며 안정적인 사업 계획 이행에 힘을 실었다. 김 사장은 LG화학 배터리 연구센터에 입사해 R&D, 생산, 사업부장 등 다양한 직무를 거치며 배터리 사업 전반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취임 후 대규모 수주를 연이어 따내 LG에너지솔루션의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 계약을 맺은 곳은 벤츠, 포드, 리비안, 르노 등이다.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스페이스X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계약을 채결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사 특징에 대해 근본적 경쟁 우위 확보와 미래 준비 강화를 위한 R&D 경쟁력 제고, 제품·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 미래기술 및 사업모델 혁신 관점의 조직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