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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 대 1 시국선언’...‘건국전쟁’ 김덕영 감독의 눈에 비친 탄핵소동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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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건국전쟁'을 보고 싶어하시니 영화 파일을 전달해 달라."
그 전화를 받고 감독 입장에서는 놀랍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감독이 공들여 만든 영화를 파일째 대통령에게 보내라는 것인지, 게다가 영화가 극장에서 버젓이 상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대통령이 영화를 보고 싶으면 극장을 찾아가서 보면 될 일이었다.
나중에 확인된 일이었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때 필자가 받은 전화는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
바로 이 대목에서 지금 비상계엄령을 대통령과 상의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등장한다.
당시 그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경호처장이었다. '영화 파일을 보내달라'는 요청 역시 경호처장의 과잉 충성(?)이 낳은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12월 3일 대통령 비상계엄 담화가 TV를 통해 생중계 되는 순간, 필자는 김용현 경호처장과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떠올랐다. 순간 고집불통, 제왕적 스타일의 대통령이라 비판받고 있는 현직 대통령을 그렇게 만든 것이 그를 잘못 보좌하고 있는 '권위적 측근'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건 분명한 정치적 오판이었고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를 믿고 따랐던 수많은 국민들에게 한순간 배신감을 안겨준 비극적인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면서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입장에서 그냥 침묵 속에 묻어둬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화 하나를 끄집어낸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연이어 계속되고 있는 정치권의 대통령 탄핵 소동과 그를 부추기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선동가들 때문이다. 그 대열에는 시국선언이라면서 대통령 탄핵에 목소리를 높인 3,000여 명의 영화인들도 포함된다.
그들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배우 정우성은 영화 홍보 현장에서 “박근혜 나와!”라고 소리치며 대통령을 모욕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유명 연예인들의 퍼포먼스 하나는 대중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과연 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모욕과 조롱을 당할 정도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했던가. 역사는 그때의 일을 성찰과 반성의 시선으로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배우 정우성은 우리나라가 난민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작 그렇게 난민의 아픔과 함께 하려 했던 그가 대한민국의 진정한 난민인 '탈북민'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동정어린 시선이나 발언을 했는지 묻고 싶다. 정우성은 대한민국이 난민에 인색한 국가라고 했지만, 지옥 같은 북한 체제를 뚫고 목숨 걸고 남한 사회에 정착한 탈북 난민은 3만 4천여 명에 달한다.
정작 같은 민족, 같은 땅에서 살고 있는 탈북 난민들에 무심하며 먼 나라 아프리카 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인가. 이것은 비단 정우성 하나만의 사례가 아니다. 혹시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시국 선언이 정략적이고 정치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같은 동포인 탈북 난민에는 눈을 감고 다른 난민부터 구해자는 목소리가 모순된 것처럼, 세상에 이런 편파적인 인권 선언, 시국 선언이 어디에 있는가.
지난 12월 4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탄핵소추안에 담긴 내용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던 것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해 국회에 제출했던 탄핵소추안과 무척이나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금과옥조처럼 들먹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과연 우리 시국선언 영화인들은 알고 있는가? 당시 대통령을 탄핵하라며 국회에 제출된 탄핵소추안의 증거가 고작 한겨레신문과 인터넷 지라시 같은 신문기사들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로 엄중한 사안을 결정하면서 고작 탄핵의 사유를 뒷받침하는 것이 신문사 기사 몇 줄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번 2024년 또 한 번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서도 기가 막힌 내용들이 한둘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케케묵은 '친일파' 논리가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켰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조금이라도 이성을 갖춘 국민이라면 지금 전쟁의 위기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러시아의 침략적 본성에 기인하고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은 북한, 중국, 러시아이다. 탄핵소추안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 적대적인 세력들과 손을 잡기 위해 현 정부를 무너뜨리겠다는 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영화인들 역시 자유민주주의, 시장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만 자유로운 창작과 흥행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화 산업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을 도외시한 채, 적대적 세력과 손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영화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영화 흥행을 위해서도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탄핵소추안의 내용 중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그것만이 아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공정하게 복무해야 할 검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하여 야당 등 비판적 세력과 전(前) 정부 인사를 압박하면 국민의 지지가 돌아올 것이라는 비합리적이고 퇴행적인 사고에 몰두하여 정적 탄압을 일삼는 등 국민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과연 진정 지금 누가 정치적 탄압을 하고 있는가? 누가 공정하게 복무해야 할 검찰과 감사원의 입을 틀어 막으려 하는가. 행정안전부 장관, 검찰총장, 이재명 수사 검사들, 그리고 얼핏 보면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감사원장 탄핵까지 우리나라를 지금 탄핵의 미친 광풍 속으로 몰아 넣은 장본인들이 누구였는가.
어디 그뿐인가. 사상 초유의 정부 예산안 삭감으로 대통령과 행정부의 손발을 묶은 것은 또 누구인가? 2024년도 윤석열 정부가 올린 예산안 중에서 대통령실 특활비 전액, 검찰, 감사원, 경찰 특활비 전액을 제로로 삭감시킨 장본인들은 바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거대 야당이었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국회 예결위에서는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문제는 이번에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곳이 전부 더불어민주당과 관계가 껄끄러운 곳들이란 점에 있다. 말 그대로 권력과 감사, 사법기관의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이렇듯 지금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은 이재명 하나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국회를 방탄용으로 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자신들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얼핏 보면 국민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가는 감사원장 탄핵을 놓고도 말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감사원장을 탄핵한 이유가 문재인 정부의 무모한 탈원전 정책,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는 월성 1호기 감사가 결정적 사유가 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잘못된 국가 정책, 북한에 대한 퍼주기 수사를 거대 야당의 힘으로 원천 봉쇄하기 위해 벌이는 탄핵의 놀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뜻이다.
대한민국의 현재 사태를 보도하고 있는 외신들에 대해서도 내친 김에 한 마디 하고 싶다. 얼마 전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탄핵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머릿기사를 뽑으며 마치 탄핵 찬성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비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건 명백한 오보다. 그들의 주장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탄핵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증가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지금 거리 곳곳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 역시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국민들 다수는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동시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사태로 인해서 무려 다섯 가지 사유로 기소되어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피의자 이재명의 재판이 조속히 이뤄질 바라는 국민들도 많다. 그것이 앞으로 벌어질 대선과 같은 엄중한 정치 과정 속에서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 사태로 인해 조기 대선이 이뤄져 그가 대선 가도에 무임승차하는 것 역시 분명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진정 권위와 공정, 양심에 따르는 외신들이라면 편파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지양하길 바란다. 사건 보도에서는 분명한 양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사건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들춰내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사명임을 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건희 여사 스캔들 같은 자극적인 기사만으로 이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은 기록과 싸우는 사람이다. 때로는 영화의 완성과 기록과의 싸움을 위해서 16년이란 긴 시간을 쏟아부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건국전쟁'도 세상에 태어났다. 지금도 어쩌면 다큐멘터리 감독의 시선을 통해 현재는 계속 기록되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한편으로 이런 글을 쓰면서 걱정도 든다. 누군가는 필자에게 일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무슨 시국선언이냐고 조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유명한 3천 명 영화인들에 비하면 일개 한 명의 힘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아는가. 영진위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상반기 대한민국 영화시장에서 '건국전쟁'은 당당하게 수많은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전체 매출 8위에 링크되었다. 나에게는 그만큼의 할 말과 지분이 있다. 비록 여전히 거대 영화 시장에 비해서는 힘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겠지만, 진실을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에서, 그 진실함과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은 그 어떤 3천 명보다 작지 않을 것이다.
문득 영화 '건국전쟁'이 한창 주가를 높이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지방의 어느 극장에서 나의 손을 잡아주었던 한 할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감독이 인사 차 극장에 왔다는 말에 남몰래 다가와서 필자 손을 꼭 잡아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영화 만드느라 참 수고 많았어요. 영화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진 나라인데… 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데…"
그 이상 그녀에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고맙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50여 년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굳이 더 이상 다른 말을 보탤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어르신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주름진 손등, 거친 손끝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평범하지만 일생을 바쳤던 그녀의 온기가 한참 동안 그대로 느껴졌다.
어쩌면 그 어르신 덕분에 이 글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 모두 차분히 정상으로 돌아가야 할 순간이다. 그것이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필자가 '3천 대 1일의 시국선언'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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