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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야권 이사들 “박장범 임명, ‘파우치’ 머리 조아리기 대가”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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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범 KBS 사장 내정자의 취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9일 KBS 야권 소수 이사들이 “‘파우치 대담’의 대가로 사장 자리를 줬다고 의심받는 윤 대통령은 내란혐의로 피의자 신세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내정자가 취임할 경우 KBS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명약관화하다”며 박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4명의 KBS 이사들(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은 이날 성명에서 “박 내정자는 사장직을 수행하기에 너무나 부적격하다. 사장으로 취임해선 안 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먼저 박 내정자가 2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축소한 이른바 ‘파우치 발언’ 관련 “저널리즘의 본분인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을 수행하기는커녕 김건희 여사의 억울함에 동조하는 듯한, 윤 대통령 앞에서 황송해 몸 둘 바를 모르는 듯한 태도”였다며 “박 앵커에겐 ‘파우치 박’이라는 부끄러운 별명이 붙었고, KBS는 뉴스 시청률과 언론 신뢰도의 추락을 거듭하며 ‘용산방송’, ‘김건희 방송’이라는 비판에서 여태껏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박 내정자는 KBS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에 부적절하다. 누가 봐도 그의 사장 임명은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만한 백’이라는 머리 조아리기의 대가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임에 도전했던 박민 현 사장이 사장 후보가 최종 결정되기 전날 ‘사장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의혹을 두고 “박장범 내정자 ‘낙점’에 다름 아니니, 이런 상황에서 박 내정자가 어떻게 공영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겠나”라고 묻기도 했다.

야권 이사들은 또한 박 내정자가 “‘KBS를 대표해, KBS 업무를 총괄하고, 경영 성과에 책임을 지는’(방송법 제51조) 사장직을 수행할 리더십을 이미 상실한 상태”라면서 “윤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수신료 분리 징수로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벼랑 끝에 놓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내부 신뢰조차 없는 사장이 위기를 헤쳐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진행된 방송사 특보의 시청률을 보면, MBC 6.8%, SBS 3.3%, KBS 3.2%로 지상파 가운데 KBS가 꼴찌이다. JTBC 4.2%, TV조선 3.9% 등 종편에게도 뒤졌다”며 “계엄 사태 취재 현장에서 KBS 취재진은 ‘용산방송 꺼져라’ ‘KBS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시민들의 분노 섞인 반응에 제대로 인터뷰조차 하지 못한다고 한다. 박 내정자의 취임은 KBS에 대한 국민의 외면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라고 박 내정자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그간 KBS 내부의 기자협회, PD협회와 같은 직능 단체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본부)·KBS같이노조 등 노동조합들이 박 내정자 사퇴를 요구해왔다. 특히 본사 뿐 아니라 전국 지역의 KBS 기자 495명이 기수 별로 연명하며 그가 사장이 되어선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해왔다. KBS본부가 지난달 8~14일 조합원 2032명 대상으로 진행해 1603명이 참여한 투표에선 응답자 95.4%(1555명)가 박 내정자는 차기 사장으로 부적합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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