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0 읽음
'가족계획'의 중요한 조각, 신예 로몬·이수현의 매력
맥스무비
1
여기, 이상한 가족이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기타 SNS는 일체 사용이 불가능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타인과 연결보다는 고립된 상태에 익숙한 가족들은 평범함과도 어딘가 거리가 멀다. 댕냥꿍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엄마 영수(배두나), 아빠 철희(류승범)와 할아버지 강성(백윤식) 그리고 쌍둥이 아들 지훈(로몬), 딸 지우(이수현)가 그 구성원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순차적으로 에피소드를 공개 중인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극본 김정민·연출 김곡 김선)은 제대로 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몰랐던 구성원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특수대에 이유도 모르고 끌려갔던 영수와 철희(원래는 영희와 철수)는 갓난아이들이 들어온 것을 보고는 인간적인 고민을 하면서 결국 탈출한다. 그들이 사회적인 교류를 끊고 숨어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총 6부작 중 제3화 '숨겨놓은 발톱'까지 공개한 시리지는 베테랑 배두나, 류승범, 백윤식 사이에서 눈에 띄는 신예들을 소개하고 있다. 로몬과 이수현이다. 이들은 '가족계획'에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걸맞은 독특한 퍼즐 조각이 되어 극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영수와 철희의 17살 딸인 지우 역 이수현은 2004년생 모델 출신으로 '가족계획'을 통해 연기 데뷔했다. 데뷔작임에도 기묘하고 이상한 가족의 삐죽삐죽한 모습을 자신만의 색깔로 잘 표현해냈다. 팀 버튼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짙은 아이라인과 한 움큼 땋은 긴 흑발머리로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니컬하게 툭툭 내뱉는 말투와 남들의 눈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도 지우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한몫한다.
특히 모델 출신다운 길죽길죽한 팔다리를 활용한 시원시원한 액션 연기도 쾌감을 안겨준다. 새로운 동네로 전학 간 첫날부터 일진 패거리들에게 당한 딥페이크 피해에 사냥을 나온 승냥이처럼 단박에 눈빛을 바꾸며 지형지물과 책가방을 활용해 그들을 응징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늘 "친엄마도 아닌 주제에"라며 엄마 영수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아니, 뭐 하는 집구석이길래 가족사진은커녕 너랑 나 졸업사진 한 장이 없냐고"라며 투덜거리는 지우는 알고 보면 가족 내에서 가장 여린 인물이기도 하다.
감정의 밑바탕에 놓인 진심 안에는 '평범한' 가족처럼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배어있다. 불도저처럼 앞만 보고 돌진하는 당돌함과 마이웨이 기질, 언제 사고를 칠지 몰라 걱정되는 지우의 모습은 신예 이수현과 만나 '가족계획'의 일부를 이루는 중요한 조각이 되었다.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도 지우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지우가 타인의 시선을 한 번에 빼앗아가는 매력이 있다면, 지훈은 보면 볼수록 치밀하고 대담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로 극이 진행될수록 눈여겨볼 수밖에 없게 한다. 유달리 특별한 부분도 없고 겉보기에도 조용하며 평범한 고등학생 같은 지훈은 늘 엄마 영수의 신뢰를 받는 아들이다. 그래서 지훈의 속내를 읽어내기란 더 힘든 구석이 있다.
이를 연기한 로몬은 1999년생으로, 2016년 영화 '무서운 이야기 3: 화성에서 온 소녀'로 데뷔해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U+모바일 '브랜딩 인 성수동'으로 등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수혁을 연기했던 로몬은 좀비 바이러스가 학교를 뒤덮은 상황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며 친구들과 함께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족계획'에서 로몬은 차분함 안에 불같은 폭발력을 내재한 인물, 지훈을 만나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늘 사람 좋은 미소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다가도 한번씩 삐죽하며 감정을 분출해내는 순간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앞으로 남은 3회 분량의 에피소드에서 이상한 가족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남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들켜서는 안 되는 이들이 우연히 마을과 학교, 연쇄살인마 정호철(김중희)와 얽히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악을 처단해 나가는 이야기. 그 속에서 남매 역을 맡은 로몬과 이수현은 기묘한 가족의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되어 극을 끌고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