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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한숨 돌린 롯데… 자산 매각 속도 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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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부터 자산 유동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탈은 외국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에 팔린 상태다. 앞서 양자는 지난 6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6000억원에 매각하는 경영권 지분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공식화됐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에 나섰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자문사로 선정해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은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밀려 고전해왔다. 업계에서는 해당 점포 매각에 따른 예상 가격을 2000억~3000억원대로 추산한다.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악화로 2조원대 회사채의 재무 약정 위반을 발생하게 한 특약을 조정해 유동성 위기를 잠재웠다. 이를 위해 그룹의 핵심 자산이자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 담보로 제공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 결과, 롯데케미칼은 10월 기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했다.
롯데지주 100% 자회사인 롯데헬스케어도 250억원 출자한 합작법인 테라젠 헬스를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헬스케어는 법인 청산과 관련해 오는 24일 주주총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롯데헬스케어 직원들을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고용 승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한 서초동 부지 매각설도 나온다. 해당 부지는 4만2312㎡(약 1만2821평) 규모다. 현재 롯데칠성음료 물류창고·롯데렌터카 정비 공장으로 사용 중이지만 강남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부지 가격만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주류사업 매각과 마찬가지로, 서초동 부지 매각도 검토한 바 없다”며 “현재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없지만, 향후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수립되면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외에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지주·롯데쇼핑 등이 보유한 부동산 매각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 일산·부산 동래점, 호텔롯데 L7, 롯데시티호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호텔롯데는 서울 비즈니스 호텔과 지방 소재 호텔 등을 중심으로 현금화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동성 위기를 없애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공개했다. 당시 롯데 측은 저수익 자산과 우량자산 유동화,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겠다고 공표했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매각한 자산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캐시카우 마련을 위한 전략 사업도 시행해야만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량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한 후 앞으로 그룹이 나아갈 사업 방향과 자산을 재평가해야만 유동성 위기로 불거진 시장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만큼, 롯데그룹도 여러 사업 중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약한 사업은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매각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미래 캐시카우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그룹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