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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폭발 후 밀려오는 허무감, 문명 7 체험기
게임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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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명 시리즈 신작 ‘시드 마이어의 문명 7(Sid Meier's Civilization 7, 이하 문명 7)’이 오는 2월 출시된다. 9년 만에 나오는 시리즈 신작인 만큼 시대 전환, 지배 승리 방식, 건설자 제거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런 문명은 짧은 10시간 정도 플레이할 기회를 얻었다. 두 번의 짧은 플레이타임 동안, 게임의 첫 시대인 ‘고대 시대’와 ‘대항해 시대’를 체험할 수 있었다.
▲ 문명 7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2K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발단, 낮아진 게임 초기 진입장벽
문명 7에서는 문명 지도자와 문명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다양성을 위해서지만, 실질적으로는 문명이 바뀜에 따라 국가와 지도자 연결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 기자는 철학과 출신이었던 만큼 지도자로 공자, 시작 문명으로 중국(한나라)를 선택했다.
한나라는 ‘연노병’이라는 원거리 특수 유닛을 보유했으며, ‘사대부’라는 문명 고유의 위인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사대부는 인구 10 이상의 도시에서만 양성할 수 있으며, 무작위로 한 번만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행복도와 문화를 동시에 제공하는 특수 건물 ‘만리장성’을 지을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는 국민 행복과 거리가 먼 진나라 건물이 왜 한나라에 포함됐는지가 다소 의문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작 대비 탐험 요소가 특히 강조됐다. 정찰병의 경우 전투력은 사실상 없어졌지만, 대신 업그레이드 없이도 넓은 시야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 유용성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폐허, 빈 부락, 버려진 창고 등 구디 헛(Goody Hut)의 수가 늘어났고, 선택지를 통해 행복도, 생산, 돈 등 여러 자원을 얻을 수 있어 초반부터 탐험이 장려된다.
공자는 분명 과학 발전에 강점이 있는 지도자다. 전작에서도 과학을 활용한 빠른 발전이 유효한 전략 중 하나였던 만큼, 첫 플레이에서는 과학을 키우고자 ‘유산의 길’에서 과학 분야를 우선하고자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첫 독립 촌락과 만나자 곧바로 무너졌다. 해당 촌락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한나라를 적대했고, 사실상 전작의 야만족과 동일한 방식으로 공격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본 작에서는 야만족들이 독립 세력으로 분류되며, 단순 잡몹이 아니라 각각 서로 다른 촌락, 혹은 도시 이름을 부여받는다. 처음 만난 독립 세력은 ‘이지르투 촌락’으로, 향후 발전하면 이지루트 도시를 세울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나왔고, 생각보다 보유한 병력이 많았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전의 아만족과 마찬가지로 국경의 여부와 무관하게 땅을 넘나들며 정찰하기도 했다. 심지어 주변 독립 세력들도 모두 적대적이었던 만큼, 내정에만 신경쓰기는 어려웠다.
진행하며 알게 된 또 다른 점 중 하나는, 보유한 군대가 강할수록 외교에서도 우위에 서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비단 독립 세력뿐만 아니라 다른 문명 역시 군대가 약하면 초반부터 외교 비난을 걸어, 독립 세력의 공세에 정신 없는 플레이어를 한층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두 번째 플레이에서는 군사력이 강했고, 인접 국가를 제외하면 큰 노력 없이 쉽게 동맹을 맺을 수 있었다.
시대가 계속해서 발전함에 따라 위기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본 기자가 겪은 위기는 ‘이상한 해’로, 몰려오는 전염병과 연관이 있었다. 각 위기 카드는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주며,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정책 카드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인력 부족’은 마을의 식량이 2 증가하지만, 모든 유닛의 생명력이 15 감소한다.
위기는 대부분의 경우 당장 플레이 중인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한 시대의 끝에 다다르면, 최소한 한 국가와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 이유는 고대 시대에는 바다를 건너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땅은 한정적이고 그만큼 팽창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문명이 최소 하나는 나오기 때문이다.
위기는 자칫 늘어질 수 있는 플레이에 극적인 긴장감을 더했다. 매 시대의 끝은 혼란 그 자체였다. 매 턴 떨어지는 행복도, 벌어지는 반란, 계속되는 전쟁, 파탄 나는 외교 등을 신경 쓰는 동안 매 턴 수많은 고민을 반복했다. 이는 기존 문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긴장감이었고, 실제 역사에서 혼란기를 헤쳐나가는 지도자로서의 몰입감과 성취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은 시대가 끝나며 모두 증발했다. 시대 진행이 100%에 다다르면 다음 문명으로 전환된다. 고대 시대 다음은 탐험이 핵심인 대항해 시대로, 드넓은 바다를 돌아다닐 수 있어 확장이 중요시된다. 다음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문명은 지도자와 플레이를 통해 해금된다. 예를 들어 공자를 플레이했다면 다음 문명으로 명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 성벽을 여럿 지었다면 노르만 제국이 해금된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대부분의 요소가 초기화되는 것은 문명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한나라 이후 같은 동양권의 몽골이나 명나라가 아닌 노르만 제국을 선택한다면, 예상보다 더 몰입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위기 정책으로 인해 극한까지 높아진 긴장감이 갑작스럽게 해소되자, 안도감보다는 허무함이 크게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긴장감은 또 다른 전쟁이나 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대항해 시대는 바다 탐험이 중점적으로 다뤄지지만, 일부 과학 기술을 완료하기 전 바다를 탐험하면 배가 피해를 입고 유닛이 파괴되는 만큼, 기반이 다져지기 전에는 기존에 하던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