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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체포'로 본격화된 '조기 대선 국면'을 읽는 7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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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면 전환

윤석열이 체포됐고, 이제야 새해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16일 체포적부심이 기각됐고, 17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니 18일 중으로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구속이 되면 내란 국면이 일단락될까요?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내란죄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립니다. 대선 국면은 아마 설 연휴 이후에 본격화할 것입니다. 정당은 정당대로, 광장에서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실천한 위대한 시민은 또 시민대로 과거에서 미래로 시야를 전환할 것입니다. 즉 '다시 만날 세계'를 꿈꾸기 시작할 것입니다.

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을까?

그런데 윤석열 체포에 환호했던 사람들은 1월16일에 나온 NBS 전국지표조사를 보고 의아했을 겁니다. 내란을 옹호하고 윤석열 체포를 막았던 국민의힘 지지율(35%)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33%)에 앞서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한국갤럽 결과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국힘이 39%로 치솟았고, 민주당은 36%에 그쳤습니다.

NBS 차기 지도자 지지율도 이재명이 28%로 1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예상보다 너무 낮았고, 김문수가 13%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한국갤럽의 주관식 조사에서는 이재명 31%, 김문수 7%, 홍준표-한동훈 6%, 오세훈 4%, 이준석 2%, 조국-김동연 1% 순입니다.

언론에서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번 NBS 조사에서 보수 후보 지지율 합(38%, 이준석 2% 포함)이 이른바 진보 후보 지지율 합(35%)을 앞지른 것입니다. 한국갤럽은 야권 후보 지지율 합(33%) 여권 후보 지지율 합(25%)보다 많았으나 절대 수치가 작습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인 2017년 초와 완전 딴판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보수 과표집 현상

위 조사 결과는 1월9일 조사에 비해 국힘 지지율은 3% 오르고, 민주당 지지율은 3% 내린 결과입니다. 왜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되고 체포되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번에는 박근혜 탄핵 당시와 다르게 보수 결집 현상이 뚜렷합니다. '180+이재명'이라는 공포의 야당이 단일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당시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있었고, 민주당 의석도 123석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보수세력이 총결집하고 있습니다. 여기다가 윤석열측과 극우 유튜버들이 공공연히 여론전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수가 과표집되고 있습니다.

NBS 세 차례 여론조사(12월19일, 1월9일, 1월16일)의 응답자 이념 분포를 보면 진보는 286=>291=>257로 축소 양상을 보이고 있고 보수는 276=>328=>344로 확대 양상을 보입니다. NBS 16일 조사 응답 분포를 보면 보수가 진보보다 무려 87명이 많습니다. 한국갤럽의 경우도 보수 응답자가 337명으로 진보 응답자 262명에 비해 75명이나 많습니다. 이 같은 보수 과표집은 윤석열의 관저 농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힘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구요. 민주당의 무전략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여론조사는 설 연휴 이후 상황이 조금은 정리된 뒤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략적 인내 없는 '공포의 민주당'

민주당도 보수 과표집의 빌미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체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지금 민주당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탄핵' '특검' 밖에 없습니다. 속도조절도 강약조절도 없습니다. 법제사법위원장이 윤석열 사형을 언급하는 것도 모자라 윤석열이 체포되자 마자 김건희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80석을 가진 정당이 대통령까지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특히 윤석열 체포와 탄핵에 동의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에 불편한 마음을 가진 중도층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기 대선은 복수정치의 연장이냐 통합정치의 시작이냐의 프레임을 포함합니다. 무엇이 확장에 도움이 될까요? 이번 대선이 종북세력 VS 내란세력의 복수혈전이 되기를 바라는 기득권 세력은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국민은 정치의 복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전진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정치 전략으로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것에는 절대다수의 국민이 동의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불법, 위헌 계엄을 막을 법률적 장치도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개헌 논의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만 갖고 충분할까요? 국민 전략으로는 통합과 희망이, 국가전략으로는 경제 비전과 기후위기, AI 등 대전환기 의제 등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전진이 이번 대선의 주요 화두가 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승인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사상 초유의 대통령 내란 사태로 인한 대통령 보궐 선거는 야권 유력 후보의 승인 여부를 묻는 선거입니다. 사실상 내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대선에 도전할 자격이 없습니다.

지난 2017년에 안철수가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양자 프레임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매우 효과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그렇다는 뜻입니다. 2017년 대통령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을 승인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거였습니다.

이번 대선은 아직까지는 이재명 대통령을 승인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거입니다. 각종 지지율을 봐도 이재명이 상당히 큰 폭으로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아주 흔쾌한 것만은 아닙니다. 40% 안팎의 박스에 갇힌 데다 최근 조사에서는 28%도 나왔습니다. 비호감이 크고 비토 정서가 아주 강합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국힘 지지율 상승은 '180석+이재명'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의 반사결집 현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내란으로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국면인 것은 분명하지만, 강력한 일극체제가 갖고 있는 뚜렷한 한계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마치 이미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하면 리스크는 더욱 커집니다.

서머싯 몸의 표현처럼 "미래에만 살다가는 현재는, 현재는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 버리게 됩니다(「인간의 굴레에서」). 전략은 주장이 아닙니다. 전략은 오히려 서사에 가깝습니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거부의 박스'를 돌파할 이야기가 필요한데 지금 민주당은 오직 강경 주장이 지배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것이 오히려 민주당의 확장이 아니라 국힘의 결집을 부르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누가 '통합과 전진'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을까?

강경 지지층은 양날의 검입니다. 불안에 떨며 전략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경 지지층에만 의존합니다. 하지만 달콤한 사과와 사이다만 먹다간 탈이 납니다. 30%는 엄청난 세력을 표상하기는 하지만, 당선에 유효한 숫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확장을 위한 경쟁입니다. 비호감과 두려움을 완화할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분열과 복수를 넘어 통합과 전진을 위한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것입니다.

윤석열이 구속되고 설 연휴가 지나면 지지율 조정이 일부 일어날 것입니다. 냉정을 되찾은 국민들은 상황을 조금 더 직시하게 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해리스 컨벤션 효과가 꺼질 무렵 선거와 문학을 비교하는 칼럼을 썼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인공이 강인하기를 바라지만 완벽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늘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면, 그 이야기는 이내 지루해질 것이다." 이야기의 파장은 취약성을 인정하고 드러내며 이를 용기로 전환시킬 때 커집니다.

브레네 브라운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취약성을 느낄 때, 우리는 그것을 약점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용기라고 생각하나요?" 브레네 브라운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중요한 변화를 시도하거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취약성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즉 취약성은 창의와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불행하게도 최근 한국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취약성을 발견하고 인정하며 이를 용기로 전환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영국 작가 윌 스토르가 말한 '성스러운 결함(sacred flaw)'을 가진 인물이 대중의 감정에 파고들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억누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억누름주의(hold-backism)'는 우리 정치에 만연한 질병이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진단입니다.

가령 이재명은 사법 리스크가 있습니다. 2월말-3월초에, 즉 헌재 탄핵심판과 비슷한 시기에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윤석열을 맹공한 민주당은 당내 유력 후보인 항소심의 사법적 판단에 대응할 스토리를 갖고 있을까요? 다시 탄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지금 이재명의 전략은 재벌 회장을 만나고 은행장을 만나는 이른바 대통령 놀이에 있지 않습니다. 사법 리스크라는 최대의 취약함을 어떻게 넘어설지가 전략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려면 사법 리스크라는 현존하는 강력한 이 취약성을 용기로 전환시킬 확고한 전략적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180+이재명'이 주는 두려움과 공포를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연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연결은 논리적 연결이 아니라 감정적 연결입니다. 브룩스가 말했듯이 소설가 조지 E.M 포스터가 문학의 제1원칙을 '오로지 연결하라(only connect)'라고 한 것은 정치, 특히 대통령선거에서 아주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광장의 역동성, 대선까지 이어질까?

저는 아직도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가 될 활률이 99%, 대통령이 될 확률이 75%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지금 민주당이 위기 대응에 너무 취약한 일극체제라는 점입니다. 일극체제의 이야기는 일단 재미가 없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어떤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응원봉과 다양한 깃발을 앞세운 광장의 시민은 내란극복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정말 위대한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남태령 시위'와 '키세스 시위'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이런 광장의 다양한 역동성을 끌어안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공간이 없습니다. 잔뜩 웅크린 철갑 고슴도치처럼 똘똘 뭉쳐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민주당과 이재명 앞에 놓인 가장 높은 장애물입니다.

'탄핵'과 '특검'만을 되뇌는 민주당 의총은 고립된 깃발입니다. 민주당이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광장의 역동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비판, 다양성, 레드팀… 이런 단어들이 우선 떠오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생각이 똑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선거 캠프나 의원총회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커뮤니케이션 레일'을 까는 것입니다. 전문가 100명 심층 인터뷰(FGI), 2030 세대별, 지역별, 성별 심층 토론(FGD) 등을 다각적으로 해야 합니다. 절대 듣기 좋은 대답을 위한 조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진짜 권력의지가 있다면 쓴소리의 공간을 51%로 확대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일극체제, 적대적 양당체제는 위험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이 체제 안에서 정치적 내전이 끝날 수 있겠습니까? 광장의 시민은 전국민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새로운 판을 준비해야 저 악랄하고 구시대적인 내란세력의 준동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은 '180+이재명' 일극체제가 주는 거부감을 뛰어넘을 광장의 새로운 판짜기를 응원해야 합니다.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 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내란세력의 준동을 막고 복수정치의 연장을 제어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합리적인 인물들이 대한민국의 전진을 위한 새로운 판짜기를 해볼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할 뿐입니다. 이런 국민 판짜기가 가능하다면 임기단축을 포함한 7공화국 개헌의 깃발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민주당과 국힘 이외에도 조국혁신당(의원수 5명 이상), 정의당(직전 선거 4% 이상 득표) 등이 TV토론 자격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은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입니다.

광장의 역동성은 대한민국의 후퇴를 막고 민주주의를 전진시킬 대선 공간의 실질적 힘으로 재구성돼야 합니다. 태극기부대가 더럽힌 '진짜 애국심'을 갖고 이 나라를 과거에서 미래로 전진시켜야 합니다. 이것을 기반으로 양극체제의 완충지대를 넘어 권력연합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남태령 시위와 키세스 시위를 넘어선 열정과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메모처럼 시작한 글이 다소 비장해지고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메모는 메모일 뿐입니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이야기로 글을 맺겠습니다.

"열정적인 캠페인을 지배하는 원칙은 이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두려움을 버리고 스스로가 이끄는 대로 하라.'"
(**NBS 조사(전국지표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기관이 격주로 시행하는 전화면접 조사입니다. 1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해 1,005명을 조사했습니다. 응답률 19.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1월14~16일 휴대폰 가상번호 전화면접 조사입니다.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조사했고 응답률은 16.3%입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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