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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신작 '미키 17' 먼저 보니...로버트 패틴슨에게서 송강호의 향기가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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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마카롱 가게를 열었지만 망한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사채업자의 위협 속에 우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내세울 만한 자격이 없는 미키는 모두가 꺼려 하는 '익스펜더블'에 지원하고 실험과 죽음, 복제가 반복되는 그야말로 '극한직업'에 나선다.
다음 달 28일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의 일부 장면을 공개하는 푸티지 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총 상영 시간 139분 중 3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등 봉 감독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특유의 해학과 블랙코미디를 예고하며 본편에 대한 기대감
을 끌어올렸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위트와 유머 감각은 물론 인간의 잔혹함 또한 돋보였다.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에서 출발한다. 우주 행성으로의 이민이 가능해진 2054년을 배경으로,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인 미키가 겪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프린트기에서 문서를 출력하듯이 기계가 인간을 뽑아낼 수 있는 세상에서 미키의 직업은 위험한 일을 해결하는 소모품이다. 방사선 노출 등 위험천만한 실험으로 죽으면 20시간 내 다시 프린트(복제)된다. 기억과, 감정 등 미키의 데이터는 그대로 유지되고, 몸도 살아있을 때와 똑같다.
푸티지 영상에서는 지구에서의 실패로 결국 머나먼 우주에서도 죽음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미키의 상황과 반복되는 실험이 주되게 그려졌다.
미키는 끊임없이 고된 노동을 수행
한다. 인류가 먼 행성으로 향할 수 있는 화려한 미래가 배경이지만 미키의 상황은 이와 대비된다. 보험은커녕 노조, 연금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는 최하위 노동자인 미키의 모습은 처연하고 불쌍하다.
마카롱 가게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 미키의 모습은 묘하게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을 떠올리게
한다. 극중 기택은 대왕 카스테라 가게를 운영했다가 망한 인물이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자연스럽게 힘이나 권력이 없는, 문제점이 많은 불쌍한 캐릭터에 끌리게 된다"고 고백했다.
매일같이 끔찍한 실험을 하다 죽지만 다시 되살아나는 만큼 아무도 그의 죽음에 신경 쓰지 않는 무신경함은 영화에 미묘한 기류를 만들어낸다. 미키에게 "잘 죽고(Have a nice death), 내일 봐!"라는 배려심 따위 없는 티모의 인사는 물론 미키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이 게임에 몰두한 우주 연구원들의 모습 등은 이질감을 안기며 노동자 계층인 미키의 '짠한' 상황에 몰두하게 한다.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에 대해 "거창하게 계급 간의 투쟁을 다루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계급의 문제가 스며들어 있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장르는 다르지만 '기생충'에서 보여준 계급·계층 간의 문제의식과 풍자를 '미키 17'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키 17'은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18번째 미키가 출력된 뒤 두 명의 미키가 맞닥뜨리며 예측하기 어려운 '극적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로버트 패틴슨은 '멍청하고 불쌍한' 미키 17과 '예측 불가능한 기괴한 카리스마'의 미키 18을 동시에 소화하며 존재감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