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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3%] 친숙하면서 참신한, '검은 수녀들'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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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검은 사제들'을 흥미롭게 본 이들이라면 김범신(김윤석) 신부와 그의 보조를 맡았던 신학생 최준호(강동원)가 쫓았던 '12형상'의 악령을 기억할 것이다. 이영신(박소담)의 정신을 지배했던 악령과 또 다른 12형상의 악령이 나타나 이번엔 소년을 괴롭힌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데 하필이면 김범신 신부도 최준호 신부도 없는 상황. 그래서 수녀들이 나선다.
'검은 사제들'이 10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다. '검은 사제들'의 이야기에서 파생된 또 다른 이야기, '검은 수녀들'을 통해서다.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임을 확신하는 유니아 수녀(송혜교)가, 악령의 존재를 부정하는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도움을 받아서 구마 의식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검은 사제들'이 소녀를 구하는 신부들의 이야기였다면, '검은 수녀들'은 소년을 구하는 수녀들의 이야기이다. '검은 수녀들'의 이 지점이 전편과 가장 차별화된 요소이자 흥미로운 요소이다. 교단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다가, 서품을 받지 못한 자, 즉 수녀에게 허락되지 않는 구마 의식을 치른다는 설정으로 극적인 재미를 높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요소는, '검은 수녀들'이 '검은 사제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무속적 요소를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그 자신이 수녀임에도 "사람 살리는 게 우선"이라며 유니아 수녀가 소년을 무녀에게 데려가 굿에 참여까지 하는 대목은, 무속과의 결합으로 친숙하면서도 참신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직 소년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허락되지 않은 구마 의식을 밀어붙이고, 구마 의식을 하면서 끈끈해지는 수녀들의 모습은 무모한 듯하면서도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유니아 수녀는 교리와 전통에 휘둘리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강단 있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강력한 매력을 발산한다. 송혜교는 이 작품으로 '더 글로리'의 문동은에 이은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얻었다.
악령의 존재를 믿는 유니아 수녀를 경계하다가 소년을 살리는데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에 감화돼 결국 그녀를 도와 난생 처음 구마 의식을 하게 되는 미카엘라 수녀는 작품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이다. '검은 사제들'의 최준호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전여빈이 미카엘라 수녀로 송혜교와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카엘라 수녀의 스승이자 정신의학과 전문의로 구마를 반대했던 바오로(이진욱) 신부의 입장 변화, 악령의 정체와 관련한 단서를 찾는 과정 등이 보다 밀도 있게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을 흥미롭게 봤다면 이 작품 역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익숙한 재미에만 기대지 않은 새로운 재미를 위한 고민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감독: 권혁재 / 출연 :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 제작 : 영화사 집 / 배급 : NEW / 개봉일: 1월24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
로 나눠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