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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난동' 분노한 대법관들..."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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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흥분한 지지자들이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해 대법관들도 충격에 빠졌다.

20일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열린 긴급 대법관회의에서 대법관들은 "(이번 사태를) 헌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현직 대법관 12명이 참석했다.

대법관들은 입장문을 통해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는 건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자 사법부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사법부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관회의 후 대법관들이 공개 입장을 표명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다. 회의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후속대책과 재발방지대책을 비롯해 법원 청사 방호, 폭력에 가담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법관 신변 보호 등의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들은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협조해 청사 보안을 강화하고 법관과 법원 공무원이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전하게 맡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을 믿고 그 판단을 존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한 천 처장도 대법관 회의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며 "법관 개인에 대한,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사법부, 국회, 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서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영장 재판 하나가 모든 재판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중차대한 부담을 영장판사 개인에게 지우고 그렇게 일반에게 받아들여지는 사법시스템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연한 구속영장 발부 제도인 '조건부 구속영장제' 입법 의견도 회의에서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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