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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본이 월 100만원" 새학기 앞두고 치솟는 서울 월세 가격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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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찾은 서울 이화여대 근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내걸린 물건 안내문은 대부분이 월세였다. 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제시했고, 월 120만원인 물건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비아파트 공급 감소와 전세 사기 등 여파로 월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최근 월세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오피스텔 월세 가격은 전분기보다 0.40% 상승했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월세 평균 가격은 90만7000원에 달했다.
대학가나 젊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더욱 비싸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대문구의 전용면적 40㎡이하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102.12로 전국(101.25)은 물론, 서울 평균(101.65)보다 높았다. 신촌에 위치한 B중개사무소 대표는 "이 일대는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홍익대 등 주요 대학이 몰려있고, 회사가 밀집한 지역인 광화문·여의도로 이동하기에도 좋아서 오피스텔과 원룸을 찾는 사람이 항상 많다"고 말했다.
가격이 치솟으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가 많이 오르면서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임차인이 갱신권을 사용하면 전·월세 상한제에 따라 임대료를 직전 계약의 5% 이내로만 상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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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를 보면 지난해 12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 계약에서 갱신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에 달했다. 최근 2년간 오피스텔 계약 갱신 비율이 20%를 넘긴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빌라 역시 지난해 1월 12% 수준이던 계약 갱신 비율이 같은 해 11월엔 20%대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월세 가격 상승과 품귀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다. 대학가는 다음달까지 대학입시 정시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개강을 앞두게 되면서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하지만 월세 물건이 많은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아파트 공급은 오히려 줄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입주 예상 물량은 3만946실로, 2021년(7만7018실)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월세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가 늘고 있어, 당분간 월세 가격이 내려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엔 공사비 인상 등으로 비아파트 공급이 더 부족해졌다"면서 "대출 규제나 전세 사기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진 공급이 계속 부족해 월세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