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읽음
[리뷰] ‘검은 수녀들’ 송혜교X전여빈, 단점 상쇄시키는 워맨스 케미
싱글리스트
0
송혜교, 전여빈이 ‘검은 수녀들’로 변신했다.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 설 연휴 극장가를 찾아온다.
‘검은 수녀들’은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희준(문우진)을 둘러싼 유니아 수녀(송혜교), 바오로 신부(이진욱)의 대립에서 시작한다. 유니아는 희준에게 악령이 깃들었다고 확신하지만, 바오로는 이를 의학적 치료가 가능한 정신병증의 문제로 바라본다.

유니아에게는 바오로 외에도 다양한 장애물이 있다.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종교적 금기로 교단에서조차 유니아의 구마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 이 가운데 유니아의 눈에 바오로 신부의 제자인 미카엘라 수녀(전여빈)가 눈에 들어온다.
바오로와 마찬가지로 부마 증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카엘라는 자신 역시 과거에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겪은 바 있는 인물이다. 여전히 과거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카엘라는 자신의 내면의 비밀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유니아에게 불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날로 악화되는 희준의 증상과 주변의 기이한 현상에 결국 유니아에게 협조를 하게 된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이어 받으면서도 그 구심점을 ‘여성’으로 옮겨왔다. 교단의 성차별 구도를 만들고, 유니아와 미카엘라를 중심으로 이른바 ‘금기’에 도전하는 워맨스를 그려간다. 여기에 ‘검은 사제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마를 위해 무속신앙과 힘을 모으며 ‘연대’라는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더 글로리’를 통해 강렬한 복수극을 선사한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을 통해 퇴폐미까지 소화했다. 담배를 피고, 욕설을 하는 수녀라는 설정은 송혜교의 안정적이면서도 차분한 톤과 어우러져 하나의 영화적 캐릭터로 완성됐다. 전여빈은 이성적인 도덕적 기준과 눈앞의 현상 사이에서 혼란을 거듭하는 미카엘라의 어리숙함을 유연하게 표현해냈다. 결과적으로 ‘신선하다’고 여겨지던 두 배우의 조합이 그 자체로 하나의 케미가 됐다.

문우진은 말 그대로 열연을 펼친다. 다양한 특수효과가 덧입혀지기도 했지만 초연한 소년의 얼굴부터, 악령이 씌인 부마자까지 자유자재로 스크린에 표현을 해낸다. 눈여겨볼 스크린 신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더더기 없는 미장센도 볼거리 중 하나다. 특별히 몇가지 소품이나 배경에 힘을 준다기 보다 오컬트 장르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다. 의도라고 할 수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송혜교의 미모가 스크린을 압도하는 순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다. 특히 대사가 들리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것도 결정적인 장면들에서 대사가 들리지 않아 답답함을 유발한다. 특정 배우의 문제라기 보다, 생동감과 분위기 조성을 위한 ‘사운드’에는 힘을 기울였지만 정작 대사가 묻혀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토리도 빈틈 투성이다. 주요인물들의 서사가 결과로 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처럼 잔뜩 떡밥만 던져놓고 그 누구의 이야기도 자세히 풀어내지 못한다. 캐릭터는 있지만 서사는 없다는 인상을 준다.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다 보니 구마를 하는 장면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구마 장면이 알맹이 없이 더디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나 미스터리, 공포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꼭 한번 볼만한 영화다. 두 여자 주인공이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새롭다’는 인상을 주는 장면들이 꽤 많다. 한편 영화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