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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위기 공존… 조선·방산·정유 훈풍, 철강·건설은 몸살 [트럼프 취임]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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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방산·정유·석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수혜
조선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가장 확실한 수혜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조선업계는 그동안 공들였던 미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 진출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2024년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 협약(MSRA)을 체결하면서 미 함정 MRO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MSRA는 미 함정의 MRO를 위해 미국 정부가 민간 조선소와 맺는 협약으로 미 함정 MRO 사업 참여를 위해선 MSRA를 우선 체결해야 한다.
함정 분야 외에도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녹색 정책을 펼치며 신규 LNG 수출 프로젝트 허가를 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유, LNG 운송량이 증가할 경우 한국 조선사들의 유조선, LNG운반선 수주 증가세도 예상된다.
미 함정 MRO와 함께 또 다른 방산 분야에서도 호재가 기대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 요구,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대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기조가 강해져 국제적인 자주국방 강화 기류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방위비 지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계 역시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유, 석유화학 업계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기회를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친환경 대신 화석연료 확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 선거 구호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내세우며 미국 내 원유와 가스 시추를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계획대로 석유 증산에 나설 경우 국내 정유사들이 수혜를 얻을 수 있다. 석유 증산이 고유가 기조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아진 유가 만큼 수요가 늘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상승해 정유사에 이익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화석연료 정책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 증산으로 국제유가가 지속 하락하면 원료비가 개선돼 수익성 향상에 도움될 전망이다.
美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철강·건설 ‘먹구름’
반면 철강·건설 업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달갑지 않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강달러 현상 지속돼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적 기본 과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 이상의 추가 관세에 나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철강 등 탄소 다배출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관세가 모두 부과될 경우 쿼터(수입량 할당)를 적용받는 국내 철강 업체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탄소세까지 부과되면 철강 제품 가격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미국은 수입 철강재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해 이미 무역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재에 25% 일괄 관세 부과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협상을 통해 수출량을 2015~2017년 3년간의 연평균 수출량 383만톤(t)가량의 70% 수준으로 축소했다. 현재 한국은 263만t의 철강 수출량에 대해서만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고환율 기조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결국 공사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건설업계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2024년 11월 1400원을 돌파한 뒤 현재까지 1400원대에 머물며 강달러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신규 수주가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장려 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부진에 해외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2024년 11월 한국전력, 동서발전과 함께 미국 괌 전력청이 발주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태양광발전소 건설·운영 계약을 수주하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친화석연료 정책으로 미국 시장에서 신규 수주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건설 수주는 2024년 3분기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규모 211억1000만달러 중 12%(26억달러) 비중을 차지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