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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자칭 ‘보수주의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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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지역구인 조 의원은 17일 밤 서부지법 앞을 찾아 ‘법을 지켜야 한다. 불법을 저지르면 좌파와 뭐가 다르냐’고 설득했다. 그러자 시위대는 ‘사법부가 법을 안 지키는 데 왜 우리만 지키라고 강요하나’라며 반발했다. 앞서 이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법원 난입, 판사실 훼손 등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이 탄핵, 구속되는 과정에서 지지자들은 광화문, 헌법재판소, 한남동, 서부지법 등 장소를 바꿔가면서 매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경찰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법을 지키라는 경찰을 향해 “좌파XX” “민노총 것들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단체가 불법을 저지르므로 ‘나도 해도 된다’는 식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평소 주변에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말해왔을 것이다. 보수는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 왔다. 법원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침입해서 기물을 파손하는 것은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이다.
서부지법 난동은 선을 심하게 넘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찬반 의견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영장 발부에 동의할 수 없다며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고 법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사회적 갈등을 폭력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법원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는 국민적 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다행히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지난 19일 헌재 앞 집회에서는 “평화 시위”를 외쳤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입장문을 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고 했다. 시위대도 “대통령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 앞장서는 게 진정한 보수주의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