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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비싸서 못 사먹는데... 정작 어민들은 버리고 있는 한국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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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압해읍 앞바다의 지주식 김양식장에서 어민들이 물김을 채취하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마른김 가격이 고공행진함에도 물김이 대량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마른김 원료인 물김의 올해 생산량이 25%나 늘면서 전남에서만 1200t(톤) 넘게 바다에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김 수출 수요가 늘어 공급이 부족해지자 해양수산부는 신규 양식을 확대했다. 이후 김 생산 면적 증가를 비롯한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물김이 넘쳐나고 있다.

20일 수협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김 최대 산지인 전남의 일부 지역에서 경매 유찰로 폐기되는 물김이 위판량의 10%에 가깝다. 어민들이 과잉 생산한 물김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위판액 1위 진도군 수협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폐기량이 1010t으로 위판량(1만2564t)의 8%에 이른다.

생산한 물김에 비해 가공공장이 적은 게 영향을 미쳤다. 물김은 생물인 까닭에 저장이 어렵다. 가공공장을 찾지 못하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

진도군뿐만이 아니다. 고흥군과 해남군에서도 수십톤에서 100여톤에 이르는 물김이 폐기되고 있다.

이렇게 물김이 많이 생산되다 보니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물김 ㎏당 위판 금액이 874원으로 작년 동기(1604원)와 견줘 45%나 하락했다. 지난 11∼15일만 놓고 보면 ㎏당 위판 금액이 635원에 불과하다. 전체 위판 금액은 6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0억원 넘게 줄었다.

신안군의 한 어민은 지난해 한 망에 20만원대까지 간 물김의 가격이 올해의 경우 4만∼5만원으로 하락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5분의 1로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마른김 소매가격은 여전히 작년의 1.5배 수준으로 높아 햇김이 생산되기 시작하는 지난해 10월부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강도형 해수부 장관의 전망이 엇나간 상황이다.

물김 작황이 좋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단위 시설당(1책당) 생산량이 전년 동기보다 27%나 늘었다. 전남도는 최근 날씨가 좋은 데다 수온도 알맞아 물김 생산량이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안 그래도 김 양식이 늘어난 상황에서 작황까지 좋다 보니 물김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앞바다 지주식 김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채취한 물김이 위판을 끝내고 운반하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일각에선 가공업체들의 폭리를 의심하고 있다. 수출량 증가 등으로 마른김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물김 가격만 내려가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김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5배로 급등하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해가 바뀌었지만 마른김 가격이 여전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선물용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김(마른김·중품)은 10장에 1500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평년보다 50% 이상 비싼 가격이다.

김 가격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300원대였으나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전통시장보다 마트의 마른김 가격이 더욱 높게 형성되고 있다. 마트에선 10장 기준 2070원에 팔린다. 한 장당 약 200원에 이르고 있다.

소매가격뿐 아니라 도매가도 급등했다.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1속(100장)에 1만186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7487원)보다 58%나 오른 것이다.

김 가격 급등은 외식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김밥집의 경우 김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장사에 애로를 겪고 있다.

김 가격 상승세는 일간, 순별, 월간 데이터를 모두 확인해도 뚜렷하다. 이달 초순 순별 소매가격 평균은 1475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1047원보다 41% 비쌌다. 월평균 소매가격은 지난해 1월 1036원 이후 11개월 연속 상승했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앞바다 지주식 김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채취한 물김을 천사섬 분재정원 위판장에서 경매를 진행하기 위해 담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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