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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
(2025년 2월 7일)


견인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줄 수 없다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더미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그쪽으로 내 마음을 다 쏟아버리고
나도 당신 품을 따뜻해하며 나란히 식어갈 수 있는지

*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에서
- 창비시선 270, 2006.11.20


:
올 겨울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제 낮부터 퍼붓는 눈을 치우며

치우고 돌아서면 또 내려 쌓이던
눈을 치우고 또 치우며,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
다시 떠올렸다

두어 주 이어지던 내 잦은 기침
겨우 멈추었는데,

( 250207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207 아침, 또 눈 치우다 바라 본 일터 앞 또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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