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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빼면 초라하네…'국가→도시'로 눈 돌려야 창업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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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또 다른 스타트업 평가기관 '스타트업 지놈'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GSER)에서 지난해 9위에 올랐다. 고무적인 결과이지만 지놈이 별도로 선정한 '떠오르는 창업생태계' 100곳 중에 다른 한국 도시는 없었다. 사실상 서울 외에 내세울 창업도시가 없는 셈이다.
창업은 경제 전반은 물론 도시·지역 단위 경제의 활력 유지와 인구 유입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세계 각국이 창업 활성화 및 해외 스타트업 유치에 나선 이유다. 지난해 미국은 2.8%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 대비 우월한 실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 출신 클라우디아 삼 박사는 그 배경에 미국의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있다고 봤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월별 40만건 이상의 창업 신청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극심한 수도권 집중에다 각 지역 창업생태계의 완결성 부족 등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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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국내 여러 도시는 규제자유특구, 샌드박스와 같은 정책을 통해 창업육성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 항만의 낡은 창고를 글로벌 창업허브로 바꾸며 아시아 10대 창업도시 비전을 밝혔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2030년 세계 100위권 창업도시를 4곳 키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 지역이 스타트업 시티가 되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이 적잖다. 애써 지역창업을 불 지펴도 스케일업을 위한 투자나 M&A(인수합병) 등을 위해 결국 수도권으로 나가곤 한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을 고도화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필요하다. 지역투자를 늘리는 벤처캐피탈에 세제 혜택을 주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대안 중 하나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 생활·교육환경 등은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국내외 인재들이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게 비자 제도 및 정주 여건 등을 개선해야 한다. 이처럼 각 도시의 창업생태계에서 빠진 고리를 보완, '스타트업 시티'를 다수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경남 지역 기반 AC(액셀러레이터)인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는 "정부가 지방시대 벤처펀드 등 다양한 투자기회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인재를 모으기 어려우니 결국 서울로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스케일업이 어려워진다"며 "인재들이 이주할 때 메리트가 있도록 지자체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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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대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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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코스닥 상위 기업을 배출했고 광역시 중 상장기업 시가총액도 2위다. 대전에 12개 가량 팁스 운영사, 30여개의 액셀러레이터(AC) 및 벤처캐피탈(VC)이 활동 중인데 비수도권 도시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벤처투자 유치 규모는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2023년 대전의 벤처투자 유치액 3475억원은 전국 총액의 6.7% 수준이다. 특히 초기단계 시드와 프리시리즈A에 비해 중·후기 투자는 충분치 않은 걸로 평가된다. 이를 개선하려면 지역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 정부정책과 법률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을 고쳐 지방의 투자여력을 늘리고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 비수도권의 여러 도시에선 교육, 문화, 주거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다. 외국인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 완화는 특히 대전에서 관심이 높은 이슈다. 중기부는 지역에 투자자금이 선순환할 수 있게 지방시대벤처펀드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 중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최근 '대전, 10개의 질문'이라는 지역 창업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대전은 보스턴, 실리콘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로 성장하고 딥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는데 (스타트업지놈 조사에서) 400위권"이라며 "북미와 유럽을 제외한 동아시아로 한정해도 35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인재'들이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투자회사와 액셀러레이터들이 혁신적 스타트업 창업자를 선점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남 진주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 구인회
창업주 등의 고향이라는 전통에 착안, 다양한 창업 인프라를 갖춰왔다. 진주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그린스타트업타운 사업에도 선정됐다. 그린스타트업타운은 스타트업파크·지식산업센터·메이커스페이스 등 기존 창업지원 인프라들이 클러스터를 이룰 수 있도록 복합허브센터를 건립하는 게 골자다.
박정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지역 창업생태계 발전에 대해 "투자환경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에도 힘써야 한다며 "외국인비자 제도 개선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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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세콰이아캐피탈,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은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해 동남아 투자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약 400여개의 VC와 240여개의 엑셀러레이터(AC)가 활동 중이다. 투자정보업체 프레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싱가포르 벤처펀드의 외국자본 출자 비중은 8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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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VC인 500글로벌의 신은혜 심사역은 "싱가포르는 올해부터 현지 기업의 법인세율을 세계 최저 수준인 15%로 낮추는 등 강력한 세금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며 "법인 설립 후 첫 3년간 상당 금액을 면세해주고 패밀리 오피스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 등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언어적 장벽이 없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신 심사역은 "영어가 공용어라서 절차상 외국인이 등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다"며 "외환신고 등도 디지털화돼 있어 평균 2~3일 이내 처리되고 세금도 외국인투자지원 창구에서 일괄적으로 안내하는 매뉴얼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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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VC의 국내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선 싱가포르처럼 법인 설립이나 외환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VC 한 관계자는 "현지법인 없이 컨설팅업체로 등록하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VC 라이센스를 따려면 자본금 20억원이 필요하고 법인 설립 등이 복잡해 지사 설립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도 "역외펀드로 국내 기업에 투자할 때 이중과세를 피할 수 있도록 국외투자기구의 면제신청 방안 등이 있지만 그 절차가 상당히 번거로워 국내 운용인력이 없으면 실질적으로 신청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글로벌 VC들이 세금 문제로 국내 투자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외VC가 벤처펀드를 조성할 때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조건으로 자금을 출자하는 글로벌펀드가 대표적이다. 중기부는 올해 1조원 이상의 글로벌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다드와 다른 출자 방식, 과도한 서류업무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글로벌 VC 관계자는 "해외는 VC와 LP 간 1대1 소통으로 신뢰를 쌓아 출자하거나 펀드레이징 에이전시를 통해 출자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한국은 공개입찰 프로세스를 밟아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지사를 둔 글로벌 VC 관계자도 "모태펀드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일정 운용규모를 갖춘 글로벌 VC에겐 과도한 서류업무를 감당할만큼 모태펀드 출자금이 메리트 있지 않다"며 "실제로 글로벌펀드에 지원한 VC를 보면 한국인 교포가 설립한 해외VC거나 신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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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인 창업기업의 87.3%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벤처기업의 수도권 집중도(63.4%)보다도 24%포인트 가량 높은 규모다. 외국인의 국내 창업을 의미하는 '인바운드 창업'이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에서도 외국인 창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서 기술창업비자(D-8-4), 스타트업특별비자(D-8-4S)를 받아 체류 중인 외국인의 수는 174명을 기록했다. 법인 창업자에게만 부여되는 비자로, 국내 외국인 창업기업이 174개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국내 스타트업(업력 10년 이하 벤처확인기업) 2만2286개의 0.7% 수준이다.

외국인 창업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유치나 해외 진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외국인 창업자들이 새로운 기술·아이디어를 가져와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들을 기반으로 해외자본도 국내에 유입될 수 있어서다. 이런 환경은 다시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등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외국인 창업이 저조한 비수도권에선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 기회도 낮아진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당장 외국인들이 비수도권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이유가 언어장벽, 커뮤니티 부족 등이다. 한 외국인 창업 지원사업 관계자는 "서울만 해도 영어로 왠만한 생활이 가능하지만 지방에서는 영어만으론 생활이 어렵다"며 "하다못해 집이나 사무실을 구하는 문제부터 난관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도 사람이 하는 문제인데 홀로 지방에서 창업했다간 창업자가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창업지원기관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지역을 영어도시로 만들 수는 없다"며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지역 창업지원기관들이 외국인 창업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정주 등을 지원할 순 있다. 관심과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K-스카우터 사업 운영사인 액셀러레이터 벤처포트의 박완성 대표는 "일단 지자체가 외국인 창업자 유치에 관심이 있으면 외국인들을 만나보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외국인 창업자들의 언어 능력은 물론 산업분야, 사업화 단계 등이 모두 제각각인 만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AC 관계자도 "정주여건도 중요하지만 지역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오픈이노베이션 등만 가능하다면 지역을 선택하는 외국인 창업자도 많을 것"이라며 "단순한 자금지원 형태가 아닌 이들이 실제로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