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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군사명저를 찾아서> 말레이서 성공한 英·아프간서 실패한 美…차이점은
BEMIL 군사세계분쟁 성격 제대로 파악하는 데서 출발
과거 전쟁에서 학습하는 군대가 진화
정치 민감성·비군사적 수단의 유용함
복잡하게 진화하는 현대전 이해 도와
‘진행형’ 우크라·가자전 개정판에 추가\
6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인류는 전쟁 없는 세계를 갈구했다. 유엔이 창설된 것도 그런 열망의 결과였다.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더 복잡하고 사악해졌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부터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까지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전쟁’을 이해하는 데 적격이다.

최고의 현장지휘관·전쟁사학자 공동연구
이 책의 주 저자는 앤드루 로버츠 교수다. 전쟁사학자이자 전기 작가로 명성이 높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미국의 군 통수권자와 최고 지휘관 간 상호작용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관한 저술로 유명하다.
또 한 명의 저자는 미군에서 가장 존경받는 예비역 가운데 한 명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현지 사령관으로 복무했다. 전쟁의 결과와 무관하게 주어진 임무를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지휘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 수준의 현장지휘관과 전쟁사학자의 공동연구인 만큼 예리한 역사적 분석과 함께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 있는 게 큰 장점이다.
분량에 차이가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전쟁은 중국의 국공내전에서부터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가자전쟁까지 모두 28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쟁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통사적 분석으로 저자들이 전해주고자 하는 주장은 크게 4개로 정리할 수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첫걸음은 그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 이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승리의 첫걸음, 전쟁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
첫 번째는 전쟁지휘, 즉 전략적 지도력의 중요성이다. 민간 정치지도자와 군 지휘관이 전쟁지휘의 책임을 안고 있다. 전쟁의 정치적 목표를 정치지도자가 정한다면, 이를 군사적으로 수행하는 책임은 군 지휘부에 있다. 이들 전략적 지도자가 ‘분쟁의 맥락과 성격을 이해하고, 큰 그림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을 때 성공적인 전쟁 수행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전략적 구상을 전파하고, 실행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된다. 중동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스라엘의 벤구리온과 라빈, 6·25전쟁을 수렁에서 건진 리지웨이, 말레이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브릭스와 템플러, 프랑스와 미국을 이겨낸 베트남의 지압, 사막의 폭풍작전을 수행한 부시와 슈워츠코프 등이 전략적 지도력을 성공적으로 발휘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큰 그림을 파악하는 출발점은 분쟁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분란전의 핵심은 주민 마음을 얻는 것이었지만, 진압하는 쪽에서는 군사적 문제로 오해했다. 영국은 말레이에서 성공했지만 프랑스는 알제리에서, 그리고 미국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했다. 과거 분쟁에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전쟁에서 도덕적 요소와 사기의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베트남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베트남인들의 강고한 결의였다.
이는 민족해방전쟁 성격을 띠는 대부분 전쟁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아랍국가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근본적 동인도 생존의 결의다. 그 어떤 무기도 도덕적 결의로 무장한 전사를 이겨낼 수 없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군대는 학습하는 조직
세 번째는 군대의 전문성과 훈련이다. 여러 차례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아랍 군대와 비교해 압도적인 전술적 역량을 보여줬다.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임무형 지휘 능력이 핵심이다. 포클랜드전쟁에서 징집병인 아르헨티나군은 정예 영국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군대는 전쟁에서 항상 학습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빨리 학습하고 적응하는 쪽이 우세하기 마련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잘 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년 전쟁 이후 성공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탁월한 전술적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전쟁의 정치적 민감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에서의 군사적 행위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인도주의적 비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 국내외 여론 평가다. 여론전쟁에서의 패배는 그 어떤 군사적 승리로도 구원해주지 못한다. 베트남전쟁과 201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연합의 중요성과 비군사적 수단의 유용함 역시 현대전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전이 아닌 전쟁은 없고, 비군사적 수단이 사용되지 않은 전쟁 역시 없다. 전쟁이 군인만의 일이 아닌 이유다. 정치지도자와 군 지휘부 간 전쟁 목표와 수행 방식에 대해 긴밀히 논의해야 할 까닭도 여기에 있다.
최근 전쟁에 대한 체계적 정리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대상은 전쟁수행방식(warfare) 진화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전쟁들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중요한 전쟁을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쟁사라고 해도 될 만큼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퍼트레이어스가 집필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대한 부분은 개괄적이지만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인다. 개인적 회고록에 가까울 정도로 생생하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에 대한 정리도 고마운 부분이다. 초판에는 없었던 부분인데, 저자들이 개정판을 내면서 추가했다.
전선에 있는 간부뿐만 아니라 국방을 다루는 공직자와 정치인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출판된 지 1년 남짓한 시간에 두꺼운 책을 번역해 준 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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