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 읽음
<헌신의 주인공> 방과 후 학습 재능기부하는 육군30기갑여단 웅비포병대대 병사들
BEMIL 군사세계
0
헌신의 주인공

방과 후 학습 재능기부하는 육군30기갑여단 웅비포병대대 병사들

수학·중국어·방송댄스·축구…

입대 전 화려한 경력 살린 장병들

교육 인프라 부족한 지역에 ‘단비’

철저한 수업 준비 실력 일취월장

학업·사회 경험 살려 진로상담도
매주 부대 인근 웅담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육군30기갑여단 웅비포병대대 ‘군인 선생님’. 왼쪽부터 박정원·송문영 일병, 길기성·장호준·고민수 상병.
매주 부대 인근 웅담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육군30기갑여단 웅비포병대대 ‘군인 선생님’. 왼쪽부터 박정원·송문영 일병, 길기성·장호준·고민수 상병.

올해 3월부터 경기 파주시 웅담초등학교를 찾는 ‘특별한 손님’들이 있다. 웅담초 학생들은 전투복 차림으로 학교를 방문하는 육군 병사들을 ‘선생님’으로 부르며 반갑게 맞는다. 선생님들은 방과 후 수업에서 수학, 중국어, 축구, 방송댄스를 가르치며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다. 육군30기갑여단 웅비포병대대 고민수·길기성·장호준 상병, 박정원·송문영 일병이 주인공이다. 최한영 기자/사진=부대 제공

대대의 방과 후 학습 지원은 2016년 시작됐다. 학원 등 교육 인프라가 다른 곳에 비해 부족한 만큼 학생들에게 ‘군인 선생님’은 소중한 존재였다. 방과 후 학습 지원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중단됐다. 아쉬움이 커지던 중, 지난 3월 재개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학습 지원 소식을 알리자, 많은 병사가 손을 들었다. 대대와 웅담초 관계자 논의를 거쳐 5명을 선별했다.

수학을 맡은 장호준 상병은 “평소 사범대 진학을 고려할 만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며 “국가의 부름을 받은 군인으로서 국민에게 헌신하기 위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박정원 일병은 “중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원했다. 개인적으로도 보람차고 귀중한 경험”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군인 선생님들의 입대 전 경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경제학부 재학 중 입대한 장 상병은 중·고등학생 과외 경험이 있다. 장 상병과 학년을 나눠 수학을 가르치는 고민수 상병도 포스텍(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부 재학 시절 초·중·고교생 과외를 했다. 중국어 담당 박 일병은 중국·홍콩에서 15년 거주했고, 홍콩과학기술대에 다니다 전투복을 입었다.

예체능까지 범위를 넓히면 ‘강사진’은 더욱 화려하다. 축구 코치 송문영 일병은 대구대 스포츠레저학과에 재학하며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길기성 상병은 2022년 데뷔한 아이돌그룹 ‘슈퍼카인드’에서 ‘유진’으로 활동하다 입대했다. 방송댄스를 가르치는 길 상병은 “K팝 인기에 힘입어 춤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손을 들었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5명의 병사는 요일별로 주 1회 학교를 방문한다. 장 상병은 “학생들을 처음 만나는 날 전투복을 입고 교실에 들어섰을 때 엄청난 긴장감이 몰려왔다”며 “스무고개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며 어색함을 풀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수업 후 헤어질 때 학생들이 거수경례를 하거나, “다음 주에도 꼭 오셔야 해요”라며 먼저 인사할 만큼 친해졌다.

재능기부라지만, 수업 전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학생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다. 박 일병은 “개인정비 시간에 부대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교육방송(EBS) 중국어 강의 등을 본다”며 “쉽고 재밌게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하고, 파워포인트(PPT)나 교구도 만든다”고 부연했다. 길 상병도 “따로 시간을 내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춤을 골라 연습한다”고 덧붙였다.

병사들은 매주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학생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고. 장 상병은 “학생들이 ‘선생님 덕분에 수행평가 점수 잘 받았어요’라고 말하면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도 적지 않았다. 길 상병은 “교실에 들어서는 학생들이 달려오며 ‘저 많이 연습했어요’ ‘부모님께 칭찬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군인 선생님들은 휴가 일정을 잡을 때도 되도록 수업이 없는 날을 택할 정도로 책임감이 높아졌다. 박 일병은 “수업이 끝나도 학생들의 질문에 최대한 답을 해준 후 부대로 복귀하고 있다”며 “제가 전역하더라도 학생들이 중국어에 대한 흥미를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생들 반응은 뜨겁다. 고 상병에게 수학을 배우는 원준수 학생은 “군인 선생님이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셔서 어렵게만 느꼈던 수학이 좋아졌다”며 “선생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병사들은 맡은 과목 외에 진로상담을 해주고, 꿈을 키워주는 것도 호평받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병사들은 소중한 존재다. 이영근 교장은 “전문성과 재능, 바른 인성까지 갖춘 군인 선생님들의 재능기부 덕분에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아 감사하다”며 “맡은 과목뿐만 아니라 진로상담을 해주고, 꿈을 키워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군인 선생님’ 병사들은 앞으로도 매주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고를 아끼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군인으로서 이변이 없는 한 전역할 때까지 계속 학생들을 찾을 예정”이라며 “처음 교실을 들어섰을 때의 긴장과 설렘을 잊지 않고 성심을 다해 아는 것을 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50418/5/ATCE_CTGR_0010030000/view.do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