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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어웨이크닝, 코난 엑자일에 듄의 향신료 넣었다
게임메카
그러다 보니 듄을 소재로 한 오픈월드 생존게임 ‘듄: 어웨이크닝(Dune: Awakening)’이 발표되었을 때도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특히 충실한 원작 구현으로 호평 받은 ‘코난 엑자일(Conan Exile)’ 개발사 ‘펀컴(Funcom)’이 제작을 맡았다는 점에서, 듄을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할 지도 기대됐다.
다만 그간 펀컴 게임들이 출시 초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불안함도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제작사로부터 게임 프리뷰 빌드를 미리 체험해볼 기회를 얻었다. 직접 플레이 해본 ‘듄: 어웨이크닝’은 원작 구현에 힘쓴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이는 한편, 최적화를 포함해 단점도 뚜렷한, 여러모로 ‘펀컴’스러운 게임이었다.
▲ 듄: 어웨이크닝 트레일러 (영상출처: 펀컴 공식 유튜브 채널)
듄의 세계 속으로, 충실한 원작 구현
듄: 어웨이크닝은 영화 ‘듄’을 기반으로 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베네 게세리트 교모와 대면하게 되는데, 포로였던 플레이어는 그녀로부터 아라키스 사막에 사는 프레멘족을 찾으라는 임무를 강제로 부여 받는다. 이 때 영화 초반 주인공 ‘폴’과 교모가 마주했을 때 장면이 그대로 연출되는데,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 ‘내가 진짜 듄의 세계에 들어왔구나’라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후에는 소드 마스터, 베네 게세리트 수행자, 멘타트, 트루퍼까지 원작에 등장했던 4가지 직업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각 직업은 칼로 적 총탄을 튕겨내거나, 높은 기동성의 와이어 액션을 사용할 수 있는 등 특색 있는 스킬을 지녔다. 특히 원작 속 베네 게세리트가 목소리를 통해 상대를 조종하는 능력을 적을 플레이어 앞으로 끌어 당기는 스킬로 표현하는 등, 원작 요소를 게임에 녹여낸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였다.
때문에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물을 끊임없이 공급해야 하지만, 배경이 사막인 만큼 강이나 바다는 물론 오아시스조차 없다. 유일하게 물을 얻을 수 있는 채집물 ‘이슬풀’은 획득 가능한 수분이 정해져 있어, 스태미나 보너스를 받지 못한다. 대신 NPC나 플레이어를 처치해 얻은 혈액에서 물을 추출할 수 있으며, 이렇게 얻은 물은 수치 제한 없이 게이지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다시 말해 물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요소를 넘어, 플레이어들이 끊임없이 전투에 뛰어들도록 하는 장치로 작용하는 셈이다.
듄: 어웨이크닝은 러스트,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 등 전형적인 MMO 생존게임의 공식을 따른다. 주무대가 되는 사막 위에 기지를 건설하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며 무기와 탈 것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활용해 다른 플레이어 혹은 NPC들과 전쟁을 치르며 기지를 약탈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다.
이와 함께 생존게임 중에서도 꽤 많은 분량의 퀘스트가 마련되어 있다. 듄: 어웨이크닝만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부터, 시설 해금 및 활용법을 알려주는 서브 퀘스트, 하코넨과 아트레이데스 등 각 세력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세력 퀘스트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듄: 어웨이크닝은 원작과 달리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몰락하지 않은 세계관이기에, 세력 퀘스트를 통해 하코넨 혹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직접 소속되는 것도 가능하다.
프리뷰 빌드에서는 공식 서버 하나만 개설됐지만, 참여 인원이 적은 만큼 기자는 다른 유저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막을 돌아다니며 지하 시설과 난파선을 탐색하고, 그 외 시간에는 사막을 여행하며 퀘스트를 완료하는 맛에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NPC 기지를 급습해 재화를 노획하는 재미 역시 빼놓지 않았기에, 혼자 즐기기에도 게임성은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이처럼 듄: 어웨이크닝은 원작 고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여러 장점을 지닌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다. 우선 우려했던 최적화가 발목을 잡았다. 기자는 AMD 라이젠 7500F CPU에 RX 7700XT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 PC로 플레이 했는데, 그래픽 설정 최상 기준에서도 프레임 드랍과 프리징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옵션을 한 단계 낮춰도 마찬가지였다. 심할 경우 게임이 강제 종료되는 경우도 수 차례 있었다.
아울러 편의성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우선 지역명이나 용어에 대한 설명이 다소 빈약해, 원작을 모르는 유저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될 위험이 있다. 또한 특정 재료를 어디에서 수급할 수 있는지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아, 재료 하나를 찾기 위해 2시간을 허공에 날린 적도 있었다. 커뮤니티 활성화 등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게임 내에서 지나치게 정보를 제한하는 것은 최신 트렌드와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