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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화의 매력 : 이명재, <위 아 더 좀비>
―이명재, ≪위 아 더 좀비≫, 네이버웹툰, 2022~2023. ★★★★
세계관은 좀비 아포칼립스, 그림체는 귀엽게. 재난 상황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또 그것이 불쑥불쑥 서사에 개입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분량의 대부분은 일상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만화의 특징이자 장점이지요. 물론 다른 매체에서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만화의 문화 전통이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기 쉽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런 기미가 보일 때쯤, 현실 문제가 제시되었습니다.
이런 창작방법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6권의 181~206쪽까지 이어지는 에피소드 ‘S# 71~74. 신종 또라이/런런런’ 1~3이었어요. 세계 여행을 다니려는 여자 친구와 일반적인 삶에 대해 말하는 남자 친구의 대화. 기본적인 분위기와 상황은 “한국이 싫어서”류, 혹은 헬조선 담론과 연관되지만, 현실성을 강조하는 측의 주장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이 주목되었습니다.
“너 그렇게 밖으로만 뻗치는 거 현실이 불인해서 그러는 거 다 알아. 니가 그렇게 좁아터져서 답답하다던 한국에서는, 니가 해야 할 일이 깔려 있으니까. 그 해야 할 일이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못해, 심지어 니가 제대로 할 수 없는 일니니까! (…)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안 그런 사람 없어. 근데 어떻게 다 그렇게 살아. 완전히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사람 어딨어. 다 노력하고 다 힘들게 살아.”(204쪽)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전략은 흥미롭습니다. 일상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두 가지가 다루어집니다.
하나는 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법한 게으른 삶. 좀비 사태로 인해 고립당한 고층 빌딩에서의 삶은 생산적일 수 없지요. 일은 하지 못하고, 물자는 풍부하니, 재료를 구하러 가면서 좀비의 습격만 잘 피하면 얼마든지 놀고먹을 수 있습니다. 꼭 놀이가 아니더라도, 이곳의 사람들은 좀비 사태 전에 그저 소망하기만 했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거나, 글을 쓰거나, 요리를 하거나. 이런 삶을 꿈꾸는 직장인이 얼마나 많을까요? 이 자체로 충분히 동감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면 전개하는 자학 개그. 이런 행동을 하는 이들은 자신을 낮추고 저평가해요. 이를 통해 세계관의 무거움은 줄고, 자기 합리화를 막습니다. 휴양지에서 휴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이 좀비와 결합하여 긴장을 만듭니다. 작품에 적절한 균형감을 부여하고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창작방법입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방법이 아니니, 잘 관찰하고 충분히 고민해야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