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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주 교수 인터뷰] 청소년 자살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시사위크
최근 한 달 사이에 무려 4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21일 부산에서 여학생 3명이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돼 대중의 충격을 던졌고, 지난 7일에는 10대 청소년이 경기 광주시 한 상가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길을 걷던 모녀를 숨지게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실 한국 청소년의 가장 큰 사망 원인으로 자살이 거론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2011년 이후 줄곧 국내 10대 사망 원인 1위 자리에는 자살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고자 그간 자살예방교육 실시 의무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운영. 청소년 모바일 상담 플랫폼 ‘다 들어줄 개’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으나,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5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10대 자살 사망자 수는 370명으로, 자살률(10만 명당 자살로 사망한 사람 수) 7.9명이다. 이는 2022년 자살률 7.2명보다 0.7명 증가한 수치다.
청소년 자살률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년 간 청소년 자살에 대한 연구를 이어온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현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 청소년 자살률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스러움을 드러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아이들 자살률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된다. 코로나 때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면서 교우관계 등에 공백이 생겨버렸다. 10~20대 아이들이 무기력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많이 다르다. 당분간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우려가 많이 된다.
-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2012년도에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자살을 했었다. 유서를 쓰고 자살을 했는데, 한동안 유서내용과 학교폭력, 자살 등에 대한 보도가 많이 됐다. 그 전까지 학교 사회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도 못 쓰는 분위기였는데, 이 사건을 통해 자살이나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사회적으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겼다.
그런데 2012년까지만 해도 청소년 자살률은 그리 높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1위라고 이야기하지만, 청소년 자살률은 그때만 하더라도 중간 정도였다. 2018년도에 청소년 자해가 전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퍼졌었다. 마치 유행처럼, 문화현상처럼 말이다. 그 이후로 계속 학생들이 자해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 ‘고등래퍼’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노래 가사에 자해와 관련된 것이 나오고 아이들이 SNS에 자해 사진을 제한없이 막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코로나가 덮치면서 생긴 사회적인 영향도 있고, 연예인 자살 이슈가 있으면 자살률이 확 올라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죽는 가장 흔한 방법이 뛰어내리는 것인데, 접근성이 너무 좋다. 한국은 높은 빌딩도 많고 하다보니... 보통 본인 집에서 많이 뛰어내리는데,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 때 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쉬우면 행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나. 더군다나 웹툰이나 드라마 등에서 알게 모르게 자살을 문제 해결의 하나로 보는 듯한, 미화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성적 스트레스가 애매한 말이다. 성적이 10대 때 중요한 스트레스 원인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진짜 잘하고 싶은데 왜 성적이 안 나오지’의 맥락보단 ‘내가 뭐하고 살아가야 하지’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공부는 아닌 것 같고, 다른 길을 가야할 것 같은데 막막함이 드는 그런 의미의 스트레스다. 흔히 강남 아이들의 성적 스트레스와는 결이 많이 다른 거다.
일반적인 경우 고등학생 아이들이 공부 안 하겠다고 하면, 부모가 붙들어서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알아서 해라’ 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학원도 돈이 있어야 보내지 않나. 아이 입장에서 성적 상위권이 아니고서야 진로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많다.
아이들의 자살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범죄를 저질러 부모를 모셔오라고 해서, 엄마 몰래 도박을 하다 걸려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해서, 엄마도 돌아가시고 남자친구도 떠나서 등 아이들마다 다 이유가 있고 케이스가 있다. 아이들의 정확한 자살 원인은 사실 알 수 없는 거다. 보통 (자살한 사람이 왜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주변의 정황으로 파악을 한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하지 않나.
- 언론이나 사회가 청소년 자살에 대해 놓치고 있는 인식이나 관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자살이 문제 해결 방식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해외의 경우 자살이 범죄라고 생각하는 문화도 많고, 누군가 자살로 죽으면 그 가족들이 처벌받는 나라도 있다. 미국 등에서는 자살 예방 교육에 자살이 별로 좋지 않는 문제 해결 방법으로 다루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를 살펴보면,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청소년 사망 사건도 그렇고 누군가 자살을 하면 자살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한다. 특히나 청소년 자살의 경우 학생이 왕따였던 것은 아닐까, 학교에서 뭐 잘못한 것은 아닐까 하고 바라보지 않나. 그러나 대부분 아니다. 설령 학교가 문제가 있고, 학생이 왕따였다고 해도 나중에 사실규명을 통해 밝혀져야 하는 것이지 언론을 통해 이런거다 저런거다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살 원인은 경찰이 찾으면 되는 것이고, 이것 하나하나를 보도하고 알릴 이유가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오히려 죽음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이런 일에 죽었으면 나도 죽어야 하는 건가’하고 생각할 수 있다.
자살 예방의 적극적인 방법은 ‘피하지 말고 살아서 문제를 해결하자’ ‘문제가 생기면 힘들다고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죽어서 힘들다고 알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와 같은 인식변화를 하는 것이다. 성인의 자살은 경제적 문제, 정신질환이 많이 작용한다. 그것은 성장으로 극복하기 힘든 문제다. 아이들은 경제적 문제나 정신질환은 많이 없다. 오히려 성장하면서 본인의 문제 해결 방법이 다양해지고, 주변에서 같이 해결하고, 서로 (관계가) 연결되고, 본인이 조금 더 용감해지면 극복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교육을 하게 되면 학교는 유가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마음이 약해서 죽었다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 청소년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
한 학생이 죽으면, 남아있는 학교 선생님, 친구 등 주변인들이 많은 죄책감을 갖게 된다. 많은 경우 아이들이 사망하고 나면 경찰서나 주변에서 ‘저 집은 어떻게 했길래 아이가 죽냐’하는 식으로 시선을 갖지 않나. 그러면 사실 남아있는 주위 사람들이 2차, 3차적인 트라우마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또 다른 자살 고위험 집단이 된다.
그래서 학교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게 위기개입이다. 자살 원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은 아이들을 잘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가 죽고 나면 아이들이 자해 시도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한다. 그중에 아이들이 사망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이에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때 위기개입을 얼마나 잘 했는지 여부에 따라 후속 자살을 막을 수 있다.
- 자살한 청소년 36명을 대상으로 최근 국내 첫 심리부검을 실시했다. 심리부검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심리부검은 주변에서 고인을 가장 잘 아는, 청소년의 경우 보통 부모님과의 면담을 통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자살한 아이들과 자살 시도한 아이들의 특성이 너무 다르다. 옛날엔 자살한 아이와 자살 시도한 아이들의 특성이 비슷할거라 생각했다.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외국의 경우는 약물중독, 알코올 중독 등 충동적인 부분이 많기에 이런 케이스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심리부검을 해보니 80%의 아이들이 선생님과 부모님이 보기에 별 이상이 없는데 죽은 케이스였다. 물론 소소하게 가족 내 의사소통이 안 되거나, 친구문제가 있거나, 내성적이거나 등은 있겠으나 겉으로 표시가 잘 안나는 거다. 이는 자살을 시도한 아이들만 붙잡고 검사를 하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보통 어릴 때부터 계속 병이 드는 굉장히 힘든 케이스가 많다. 가정환경도 안 좋고, 학대도 있고, 트라우마도 있는 등 되게 힘든 아이들이 많다.
또 이번 심리부검을 통해 대부분 첫 번째 시도로 죽음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 이전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해를 한 아이들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자살은 게임에서 보는 것처럼 죽으면 아예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수록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이것 말고 길이 없다고 생각하면 문제 해결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는 거다. 자살이 건강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 힘든 것을 말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것 등을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 현재 학교에서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맞다. 자살예방교육을 계속 강화해왔다. 다만 자살예방교육이 더 어릴 때부터 되어야 하고, 학교의 역할이 공부와 성적 중심이 아닌 사회정서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대인관계를 맺고, 내 인생의 책임감을 가질 수 있고, 스트레스를 제대로 대응하는 것들을 배워야 한다. 또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조기치료 하면 괜찮다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 청소년 자살과 관련해 국내 정책과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청소년 자살 문제는 숫자만으로 보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청소년 자살률은 다른 연령대의 자살률에 비하면 숫자가 적은 편이다. (자살자 수는) 숫자로 보면 1년에 400명을 안 넘는다. 국가 정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400명을 위한 정책을 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청소년 자살 문제는 항상 뒤로 밀린다. 더욱이 자살시도를 하거나 자해를 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자살대책에 힘을 실고 있는데, 자살 청소년과 자살 시도 청소년의 특성이 다른 만큼 이들에게 투자하더라도 자살률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으니 정부가 돈을 쏟아 붓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 있다.
하지만 고위험군 아이들은 ‘어떻게 좀 살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의미로 바라봐야 한다. 고위험군 아이들을 위해서는 응급 병상이 있어야 한다. 입원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함이다. 이 치료를 한다고 해서 당장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건 아니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으나 얼굴 도장만 찍고 오는 경우도 많고, 그것마저 못해서 자퇴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들을 위해서는 공부도 하고, 회복도 할 수 있는 교육실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 시설이 일률적인 게 아닌, 다양화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무부처를 다듬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청소년 정신건강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다. 하지만 아이들 일은 학교를 통해서 하는 게 접근성이나 효과성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학교가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청소년 자살 관련 업무는 교육부가 교육부의 예산으로 다 했었다. 이것도 안정적인 예산이 아닌 특별 교부금을 사용해 왔으나, 해당 영역이 커지는 것에 비해 법적인 틀도 없고 고위험군을 관리하고 도울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 독립적이고 안정성을 가진 기관과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구조라면 기재부가 예산을 배분할 때 복지부와 교육부 중 어느 쪽에 줘야할 지 헷갈리지 않겠나.
무엇보다 단순한 애정과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근거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진짜 많다. 상담만으로 해결할 게 아닌, 의료를 같이 붙여 관리를 해야 한다. 심리부검에서도 90% 이상은 정신질환이 있음이 나타났다. 이 아이들은 청소년이 지나면서 우울증, 조울증, 조현증 발현 가능성이 확 늘어날 수 있다. 현재 WEE 센터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들은 정신건강‧정신질환 등 생물학적 부분은 교육이 많이 안 되어 있다. 상담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지만, 상담을 한다고 병이 낫지는 않는다.
- 끝으로 이 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을 거다. 이들을 위해 한마디를 한다면.
미래는 알 수 없다. 죽을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밝은 인생이 있을 수 있다는 그 가능성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안 봤으면 좋겠다. 본인의 가능성을 믿어보라. 지금 안 피었다고 해서 나중에 안 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을 견디면 인생은 성장하면서 나아지는 거다.
너무 힘들 때는 혼자 아파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라. 혼자서만 생각하다보면 우울해지고 자꾸 안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자책하지 말고 도움을 받아서 그 순간을 멈추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