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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내란 청산’ 의지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
시사위크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기점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청산’의 뜻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통합’을 앞세우며 절제된 메시지를 사용했던 그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청산’의 메시지를 전면에 내건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의로운 통합’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잘못된 부분을 고치지 않은 통합은 단순한 봉합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행보는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국정 운영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내란 청산의 과제를 대통령이 직접 이끌고 가겠다는 선언적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내란 청산 프레임이 길어질수록 정국의 혼란과 국민적 피로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내란 청산’ 목소리 높이는 이재명 대통령
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다시 한번 ‘정의로운 통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주권자가 명령한 빛의 혁명의 완성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며 “반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연대와 포용의 가치를 세워서 정의로운 통합을 이루어내고 국민의 더 나은 삶을 향해서 함께 꿋꿋하게 나아가자”고 했다.
‘정의로운 통합’은 이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는 단어다. 이 대통령은 전날(3일) 계엄 1년을 맞아 발표한 특별성명에서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 누구도 국민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라고 했다. 이는 곧 계엄 가담자들을 완전히 청산하는 것을 전제로 통합으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내란 가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단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며 “통합이 봉합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보다 명확하게 생각을 드러냈다. 이는 ‘모두의 대통령’을 강조하며 ‘통합’에 더 무게를 실었던 행보와도 다소 차이가 있다. 이렇다 보니 이를 ‘주도권 문제’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정청래 대표를 못 믿겠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을 공언한 셈”이라며 “이제부터는 이 대통령이 진두지휘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들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비상계엄 관여 공직자를 조사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에 힘을 실은 데 이어,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와 관련해선 “국민 여론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입법부가 잘 행사할 것”이라며 “국민 주권 의지를 잘 받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2차 종합 특검과 관련해서도 “내란특검이 끝나더라도 그걸 이 상태로 덮고 가긴 어렵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권의 ‘내란 청산’ 메시지 역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이러한 기조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정권이 내란몰이에 올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할 줄 아는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따라오는 국민적 피로감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한편 이날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K-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제안이 논의됐다. 특히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기념하고 법정공휴일로 만드는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경일과 법정기념일, 법정공휴일이 다 다른 만큼 입법 과정을 꼼꼼히 챙겨봐 달라 당부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더 좋은 명칭이 있는지 대국민 공모를 통해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