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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만원 필요한데... 준비 없이 맞이한 은퇴, 빈곤의 그림자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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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고리인 노후 문제와 지역 불균형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가구주들은 평균적으로 68.6세까지는 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 은퇴 연령은 62.7세로 집계되었다. 6년이라는 소득 공백기는 준비되지 않은 개인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노후 준비 상황을 들여다보면 우려는 현실이 된다. 아직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에서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 비율은 고작 9.6%에 불과했다. 반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은 51.9%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10명 중 5명 이상은 무방비 상태로 노년을 맞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은퇴 후 부부가 생활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는 월 341만 원으로 조사됐다. 작년보다 5만 원 더 늘어난 금액이다.
이미 은퇴한 가구들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생활비 충당 정도가 여유롭다고 답한 비율은 11.5%에 그쳤고, 절반이 넘는 55.6%는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은퇴 연령층의 빈곤율이 37.7%로 작년보다 조금 낮아졌다는 점이지만, 여전히 OECD 주요국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 통계는 대한민국이 서울 공화국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2025년 3월 말 기준으로 서울 지역 가구의 평균 자산은 8억 3,649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5억 6,678만 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일 뿐만 아니라 자산이 가장 적은 지역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서울 다음으로는 행정 중심지인 세종이 7억 5,211만 원, 경기가 6억 8,716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수도권과 세종시에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부채 역시 자산이 많은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수요가 많은 서울과 세종, 경기가 부채 규모 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세종시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만큼 부채 비율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 측면에서는 서울과 대전, 울산, 세종, 경기가 전국 평균인 7,427만 원을 웃돌았다. 일자리와 자산 가치가 몰리는 곳으로 소득까지 쏠리는 삼중고의 양극화가 지역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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