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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특별판' 추가 9분, 25년 만에 드러나는 '재회'의 순간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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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특별판'의 한 장면. 사진제공=디스테이션
'화양연화 특별판'의 장만위(왼쪽)와 량챠오웨이.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불후의 명작 '화양연화'가 개봉 25주년을 맞아 오는 31일 '화양연화 특별판'으로 극장에 돌아온다. 이번 재개봉의 핵심은

25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9분6초 분량의 미공개 에피소드

다. 오랜 시간 미완의 여운으로 남았던 두 주인공의 관계에 새로운 결을 더하는 장면으로, 이들의 비밀스러운 재회가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화양연화 특별판'에 추가된 9분은 1962년 홍콩에서 이별을 선택했던 첸 부인(장만위)과 차우(량차오웨이)가 2001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마주하는 내용이다. '화양연화'가 절제와 침묵 속에서 차우가 사랑을 봉인한 채 끝을 맺었다면, 특별판의 추가 장면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한 두 인물의 모습을 비춘다.

왕자웨이 감독은 "이번 특별판은 지금까지 공개된 모든 버전 중에서 가장 긴 버전"이라며 "관객들에게 본래 제가 생각했던 의도에 가깝게 완성된 버전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

이전 버전이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2001년의 또 다른 첸 부인과 차우를 볼 수 있기에 지금 세대의 관심사에 더 부합한다

고 믿는다"고 밝혔다. 단순한 재개봉이 아닌 왕자웨이 감독이 본래 만들고자 했던 의도에 가장 가깝게 완성된 버전으로, 오랜 시간 영화의 진정한 결말을 궁금해했던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양연화 특별판'의 한 장면. 사진제공=디스테이션
'화양연화 특별판'의 한 장면. 사진제공=디스테이션

'화양연화'의 결말은 미완의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극은 차우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기둥의 구멍에 비밀을 속삭이고 그곳을 흙으로 덮으면서 끝이 난다. 그렇지만 원래 결말은 첸 부인이 가정으로 돌아가고 수년 후에 앙코르와트에서 차우와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왕자웨이 감독은 "시사회 직전에 이 장면을 삭제했다. 그녀가 독립적인 여성이 되어서 더 멀리 나아가리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판의 결말에 대해서는 "시대가 다르면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고 결과도 달라진다"며 "분명히 다른 답을 줄 것"이라고 예고

했다.

특히 이번 특별판은 2001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단 한 차례만 공개됐던 미공개 에피소드까지 담은 가장 긴 버전으로, 오직 극장에서만 상영되고 이후 VOD나 다른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다.

극장 독점 공개에 대해 왕자웨이 감독은 "예전엔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한다는 것은 매우 의례적인 일이었다. 한편으론 극장에서의 관람을 놓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오늘날의 관객들도 이런 의례감을 경험하길 바라서 특별판은 극장 상영으로만 제한하고 다른 경로로 배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

거창하게 말하면 영화를 극장으로 돌려보내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화양연화 특별판'의 량차오웨이. 사진제공=디스테이션

● 끊임없이 소환되는 '화양연화'

'화양연화'는 첸 부인과 차우 사이의 미묘한 감정한 진실한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해 21세기 최고의 사랑 영화로 평가받아 끊임없이 재조명돼 온 작품이다. 량차오웨이(양조위)와 장만위(장만옥)는 중년 남녀의 절제된 감정과 완숙한 사랑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영화의 정서를 완성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과 2022년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됐고 2020년 재개봉 당시에 1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명작의 저력을 입증했다.

개봉 25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화양연화'는 사랑과 이별을 다룬 걸작으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이어가며 독보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25년 뉴욕타임즈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절제된 멜로와 미장센, 음악과 색채의 미학이 뛰어난 시적 영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2016년 BBC가 전 세계 177명의 평론가를 대상으로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느린 템포와 정적인 화면 구성 속에서 차분하면서도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연출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았다. 왕자웨이 감독 특유의 미장센의 정수를 엿볼 수는 작품으로 인정받았고, 량차오웨이는 홍콩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꽃처럼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과 차우가 사랑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결국 서로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었던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시간을 그린 로맨스 영화다.
'화양연화 특별판'의 한 장면. 사진제공=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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