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읽음
언비터블, 잘 만든 뮤지컬 영화 보는 느낌의 리듬게임
게임메카
언비터블의 강점 중 하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처음부터 여행을 함께하는 퀘이버는 똑똑하지만 어린 나이의 치기나 상실의 아픔을 드러내기도 한다. 함께 밴드를 만드는 클레프(Clef)와 트레블(Treble) 쌍둥이 역시 각각 거칠지만 여린 내면, 수용적이지만 단단한 심성을 지녀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든다. 물론 주인공 비트는 스토리를 통해 그녀가 가진 과거를 전달하며 입체적인 성격과 그녀의 거친 성정의 이유, 퀘이버와의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의 자연스러운 리듬게임도 확인할 수 있다. 리듬게임의 콘셉트는 '싸움'이다. 노래를 부르면 자연스럽게 음표 괴물 사일런스가 나타나고, 이들을 막는 과정에서 박자에 맞춰 위와 아래로 돌진해오는 사일런스를 공격하는 것이다. 또 주인공 일행의 음악 행위를 막으려는 'HARM'의 경찰이나 고위 관직자와 싸우는 과정 역시 사일런스와는 다르지만 전투 리듬게임으로 표현된다.
투 버튼 리듬게임이지만 여러 연출, 독특한 노트로 재미를 더한다. 사일런스는 좌우로 등장하며 혼란을 더하고, 노트 중에서는 연속으로 공격하거나 회피하는 것들도 등장한다. HARM 대원은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처럼 동시에 둘이 겹치거나 좌우로 나타나며 난도를 높인다. 이런 기본적인 리듬게임 요소에 더해 야구장에서 공 치기, 탈출 레이싱 등 미니게임뿐만 아니라 경찰 도구를 파괴하는 간단한 액션에도 모두 박자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요소가 포함되어 손맛을 더하고 귀를 즐겁게 한다.
다만 스토리 모드에서는 이런 리듬게임이 간혹 오히려 플레이에 방해되거나, 반대로 스토리 때문에 리듬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순간도 등장한다. 일부 구간에서는 억지 패배를 유도하기 위해 노트가 지나치게 빠르고 많이 나오거나, 미니게임에서 진행 방식을 전혀 알려주지 않아 맞아가며 배우는 등 불편한 요소도 있다.
스토리게임으로서 언비터블은 여러 문제를 지녔다. 가장 큰 문제는 전반적인 전개의 완급조절이 나쁘다는 점이다. 언비터블의 스토리텔링은 '알기 보다는 느낀다'를 강조한다. 처음부터 아무런 설명 없이 주인공을 들판에 덩그러니 놓거나, 왜 괴물들이 나타났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이를 처음 본 주인공이 퀘이버에게 "저게 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플레이어와 비트는 이야기를 주도하는 입장임에도 세계와 퀘이버에 끌려다니는 느낌을 전한다.
여기까지는 일종의 '낯설게 하기'에 가까운 생경함으로 독특함을 주지만, 문제는 각 에피소드 사이, 장면 사이가 끊어지고 급전개되는 방식도 동시에 택했다는 점이다. 언비터블은 도합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는데, 일부 에피소드 사이에는 사건이 갑작스럽게 전개되어 내용을 놓치기 십상이다. 심지어 한 에피소드 내에서도 뭔가에 집중하면 주변을 놓치는 주인공의 특징 때문에, 눈을 감았다 떠보니 공연장인 등 혼란을 더한다.
이러한 특징에 더해 전반적인 후반부 에피소드 역시 다소 급전개와 더불어 플레이어의 기대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마치 밴드물로 보였던 게임은 4장부터 세계의 비밀에 대해 폭로하더니, 종국에는 개인의 가정사와 세계 파멸의 씨앗이 뒤섞이는 구조로 나아간다. 낙차가 큰 내용과 더불어 적은 수의 캐릭터가 모든 사건에 관여하는 일종의 '작은 세상'을 구성해 핍진성이 떨어진다. 전개의 호흡 조절과 완급 조절도 부족해 엔딩까지 약 10시간의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완급 조절 문제와 급전개는 제한된 시간에 스토리텔링과 음악 공연을 동시에 해야하는 뮤지컬 영화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음악을 활용해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전달할 때도 있으며, 분량의 문제로 과감하게 이야기 일부를 잘라내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비터블은 뮤지컬 게임에 가까우며, 음악, 연출, 그리고 클라이맥스를 통해 서사의 고점을 터뜨리는 방식을 택했다.
언비터블의 독보적인 강점은 리듬게임과 어우러지는 게임의 연출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밴드 일원 클레프와 진솔하게 대화하는 과정에서는 배팅 리듬게임이 활용된다. 클레프는 말투와 행동이 거칠고, 솔직한 대화에 쑥스러움을 느낀다. 주인공 비트는 성격이 급하고 남이 말하는 중간에 자기 할 말을 해버린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클레프가 택한 대화의 장소는 바로 배팅장이다. 주인공은 배팅 리듬게임을 하며 말을 끊을 틈이 없고, 이때 클레프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다. 리듬게임을 방해하는 연출이지만, 이를 통해 캐릭터 둘의 성격과 이야기 전개를 동시에 해낸 것이다.
여기에 각 캐릭터의 훌륭한 성우 연기가 곁들여지며 게임의 몰입을 돕는다. 일부 대사나 스토리라인은 성우 연기가 부족했다면 상당히 유치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성우들의 열연이 다소 부족한 스토리, 밈과 농담이 뒤섞인 대사를 맛깔나게 살렸다. 유일한 아쉬운 점은 성우 연기가 일부 주요 캐릭터와 장면에만 사용되어, 본래도 조용한 탐험 파트를 더 밋밋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는 것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