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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⑨] COP30에서 만난 사람들
투데이신문하지만, 국가 정상과 협상가들이 오가는 복잡한 논의 구조,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병렬로 진행되는 세션, 전문 용어로 가득한 회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COP을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게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COP에 모이는지,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GEYK의 COP30 탐방기 in 아마존] 시리즈에서는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이하 GEYK)가 COP30 현장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의 시각에서 현장의 분위기와 논의의 핵심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COP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인지 그리고 왜 이 공간이 기후문제 해결에서 중요한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기후위기’라는 하나의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 모입니다. 회의장 안팎에서는 공식 세션뿐 아니라 복도에서의 짧은 대화,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서의 우연한 만남 속에서도 각자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GEYK 역시 COP30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시야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션을 함께 듣다 친해진 협상가, 흥미로운 논의를 나누게 된 기업 CEO, 커피 한 잔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눈 연구원, 강렬한 아우라와 분명한 메시지를 가진 활동가까지 COP30은 사람과 이야기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이번 기사는 그렇게 COP30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이들은 왜 COP에 오게 됐는지, 각자가 하는 일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청년을 어떤 존재이자 역할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공유했습니다. 이 기록을 통해 COP30이라는 거대한 국제회의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사실부터 짚었습니다. 지금부터 2050년 사이, 전 세계에서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콘크리트와 강철은 각각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0%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가 살고 일하고 이동하는 모든 건물과 인프라가 사실상 두 배로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폴은 이 흐름을 바꾸는 하나의 대안으로 목재 건축을 이야기했습니다. 콘크리트나 강철 대신 목재를 사용하면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목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합니다. 즉, 목재로 지어진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탄소 저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자재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으며, 이러한 방향성에는 한국과 파키스탄을 포함한 약 10개국이 지지를 표한 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폴이 설립한 Built by Nature은 COP28에서 목재 건설 책임의 원칙(The Principles for Responsible Timber Construction)이 합의된 이후 300개 이상의 공적 및 민간부문 협력 조직을 확보했으며, 이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지하도록 만드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You are essential(당신은 꼭 필요합니다)”
그는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지금의 위기는 기성세대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며, 생물다양성 감소와 탄소 배출 급증의 부담을 젊은 세대에게 넘겨놓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이 가져오는 희망과 문제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변화의 핵심 주체라고 강조했습니다.
Take-home message(핵심 메시지)
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다니는 대학 건물, 우리가 사는 집이 무엇으로 지어졌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라고요.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목재로 건물을 지어왔고, 가장 오래된 건축물 역시 목재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Think about what this building is made of(이 건물이 무엇으로 지어졌는지 생각해보세요)”
건축을 다시 생각하는 일은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변화라고 말입니다.

클라라는 자연을 위한 활동이 단순히 법을 바꾸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법은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에, 결국 자연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법 체계 안에는 기업이나 종교 기관처럼 법적 지위를 가진 주체들은 존재하지만, 자연은 여전히 ‘법 체계를 위한 자원’ 정도로만 취급되고 있습니다.
클라라는 인간이 자연보다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이 땅을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연을 수단이나 자원이 아닌, 그 자체로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며 자연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청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클라라는 청년을 ‘미래의 리더’이자 동시에 이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현재의 주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학교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정보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전달되는 만큼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들과 다음 세대에게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일 역시 청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누군가의 말을 믿고 선택을 하게 되고, 미래세대 역시 우리의 말과 행동을 보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청년은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스스로 기르고 그 역량을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류 담론은 언제나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는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Take-home message(핵심 메시지)
클라라가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모이고, 연결하고, 계속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무엇이 우리를 갈라놓는지에 더 집중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지입니다. 기후위기와 자연과의 동등한 공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인 만큼 서로를 구분 짓고 분열시키는 것보다 함께 연결되는 힘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안드레는 이번 COP30에 네덜란드 대표단 소속으로 참여해, 네덜란드 정부가 특히 중요하게 보고 있는 분야로 ▲지속가능한 연료 ▲녹색 수소 ▲지속가능한 화학 산업 이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이 분야들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실제로 그는 이 과제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여러 국가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청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안드레는 이번 COP가 청년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회의라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세대이자 동시에 대학과 연구 현장에서 새로운 지식과 해법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청년들이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많은 성공 사례가 존재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젊은 세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COP는 위기이면서도 동시에 기회이자 희망이며 무언가 해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보라는 용기북돋아주셨습니다.
Take-home message(핵심 메시지)
“To be optimistic(희망을 잃지 않기)”
안드레의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분명했습니다. 국내든 국제사회든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공부를 통해서든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든 어떤 위치에서든 기회는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보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르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심리학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위기는 개인의 마음가짐 문제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사회적·구조적 문제로 인식돼야 하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행동과 연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학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싶어 COP30에 참석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청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모르그는 기후변화를 ‘문제가 생기면 치료하고 끝나는 병’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진행 중이며, 우리는 그 변화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가며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일회적인 관심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더 많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이 문제를 가장 오래 마주하게 될 세대인 만큼, 침묵하기보다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압박을 만들어가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감정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행동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모르그는 기후위기가 한 가지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생존의 문제로 또 다른 곳에서는 불안과 소진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 논의 못지않게 각 지역과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연결이 중요하며 청년들이 그 대화를 시작하고 확장해 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Take-home message(핵심 메시지)
“We have whole world at the palm of our hands(우리는 온 세상을 손안에 쥐고 있어요)”
그녀의 핵심 메시지는 거창한 행동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문제를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청년 세대가 기후정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그 작은 연결들이 모여 더 큰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COP30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자체로도 무척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거창한 회의실이 아니라, 커피를 기다리는 줄이나 전시장 한쪽에서 나눈 짧은 스몰토크가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가벼운 대화에서 의미 있는 연결이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이 공간의 힘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변화를 고민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로서 큰 자극이자 감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COP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이어진 관계는 일회적인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의 활동을 이어가는 데 분명한 동기이자 중요한 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