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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91%] '아바타: 불과 재',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극장으로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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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장남 네테이얌을 잃고 슬픔에 빠진 설리 가족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총 상영시간 197분. 3시간 17분의 압박감은 기우였다. '아바타'와 '아바타: 물의 길', 앞선 두 영화로 충분히 경험한 것 같았던 판도라 행성도 또 한 번 낯선 곳으로 이끈다. 이번 무대는 불과 재로 뒤덮였다. 이름하여, '아바타: 불과 재'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불과 재를 부제로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바타: 불과 재'는 혁신·혁명에 가까운 시각적 연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2009년 '아바타'의 세 번째 작품이다.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 '아바타'와 '아바타: 물의 길'로도 충분히 증명했지만 '아바타: 불과 재'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왜 이 장르의 현존하는 최고 감독인지 여지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꿈에서 형을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로아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로아크의 형이자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장남인 네테이얌은 전편 아바타: 물의 길'에서 목숨을 잃었다. 영화는 네테이얌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져 흔들리는 (제이크) 설리 가족의 모습을 담는다.

●설리 가족의 성장담, 스파이더의 정체성 찾기

제이크는 아들을 지켜내지 못한 데 대해 분노하고, 로아크는 형을 죽음으로 내몬 데 대해 자책한다. 네이티리는 그저 말없이 노래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삭이고, 그 속에서 키리와 투크티리, 스파이더는 불안감을 느낀다. 네테이얌의 죽음은 자책감과 상실감, 불안감에 사로잡힌 설리 가족에 균열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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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로아크(왼쪽)와 키리의 성장과 변화를 담는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는 SF의 외피를 둘렀으나 실상은 설리 가족의 성장담을 그린 홈드라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족의 힘으로 극복해 내는 가슴 뭉클한 서사가 펼쳐진다. 가족의 보호를 받던 존재에서 가족을 지키는 존재로 거듭나는 로아크와 키리, 투크티리의 변화와 성장도 감동을 더한다.

설리 가족의 성장담 못지않게 스파이더의 정체성 찾기도 비중 있게 그려진다. 스파이더는 판도라에서 나고 자라 자신을 나비족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인간이다. 제이크와 그의 자식들은 스파이더를 가족으로 여기지만, 네이티리는 인간에게 삶의 터전과 아들을 뺏겼다는 이유로 인간의 모습을 한 스파이더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간에게도 그는 실험 대상일 뿐으로,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스파이더는 현실 세계의 수많은 경계인을 상징한다. 제이크가 아바타의 몸을 빌려 판도라를 탐험하는 순간부터, 설리 가족이 숲을 떠나 바다로 이주하는 순간에도 영화는 경계인의 삶을 비쳤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 피부색도 생김새도 다른 스파이더가 설리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이번 영화의 핵심 서사로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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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성향의 재 부족을 이끄는 바랑.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나비족과 나비족의 전쟁…무시무시한 빌런의 활약

물 부족에 이어서 재 부족이 새롭게 등장한다. 전편에서 제이크 가족이 물 부족을 만나 공존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재 부족을 만나 갈등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망콴으로 불리는 재 부족은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판도라의 신적 존재 에이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부족. 이들은 불을 숭배하며 다른 부족에 대한 침략과 약탈 행위로 살아가는 파괴적인 부족으로 표현된다.

재 부족은 설리 가족와 물 부족을 위험에 빠뜨린다. 영화는 나비족 대 인간의 단순한 대립 구도에 머물지 않고 나비족 대 인간, 나비족 대 나비족의 한층 더 복잡한 대립 구도로 이야기를 진전시킨다. 특히 같은 종족끼리 총구는 겨누는 상황은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서 점점 더 분열돼 가는 현실을 비추며 씁쓸함을 안긴다.

이번 영화에 재 부족, 바람 상인 등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가 다양한데 그 가운데에서도 재 부족을 이끄는 바랑을 눈여겨 볼 만하다. 검정색과 붉은색으로 치장한 외모만으로도 강렬한데 전투에 능숙한 모습으로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 역할을 연기한 우나 채플린은, 무성 영화 시대의 아이콘 찰리 채플린의 외손녀로 이번 영화의 주인공과 다름없는 활약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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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상단의 모습.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여기에 새로운 크리처와 새로운 공간으로 또 한 번 판도라의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한편, 판도라를 훼손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오만함을 이번에도 꼬집는다. 놀라운 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AI(인공지능) 활용 없이 배우들의 연기와 제작진의 손으로 빚어냈다는 사실이다.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이 1년 6개월 동안 퍼포먼스 캡처 촬영과 무려 3382장의 시각효과 샷을 사용해 이번 영화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긴박한 상황을 모면케 하거나 이야기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어색한 요소, 장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볼거리와 뜨거운 가족 서사가 담겨있다. 올해 극장가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 '아바타: 불과 재'다.

감독 : 제임스 캐머런 / 출연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거니 위버, 스티븐 랭, 케이트 윈즐릿 외 / 수입·배급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장르 : SF / 개봉: 12월17일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97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 아쉬운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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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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