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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도 코트에 선 이유” 한선수가 밝힌 롱런의 조건은 핑계 없는 하루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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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베테랑 세터 한선수가 마흔 번째 생일에도 코트를 지배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나이를 잊은 경기력의 배경에는 특별한 비결보다도, 스스로에게 핑계를 허용하지 않는 태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선수는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한항공은 접전 끝에 세 세트를 모두 따내며 선두 행진을 이어갔고, 팀의 공격 조율은 한선수의 손끝에서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18번째 시즌을 맞은 그는 노련한 토스로 흐름을 읽으며 생일을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 내용에서도 경험의 가치가 드러났다. 1세트 막판 듀스 상황에서 나온 어려운 리시브를 침착하게 처리하며 속공 득점을 이끌어냈고, 비디오 판독 요청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한선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손끝 힘을 조절한 것이 판정 유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순간적인 판단과 오랜 경험이 만든 장면이었다.

체력 관리 역시 롱런의 핵심이다. 감독은 경기 전후 컨디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평가했다. 정신력과 꾸준함이 더해진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정상급 세터로 뛸 수 있다는 믿음도 전했다.
한선수 스스로는 화려한 비결 대신 성실함을 강조했다. 훈련에서 예외를 두지 않고 후배들과 같은 기준으로 몸을 만들며, 하루를 미루면 반드시 다음 날까지 채운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밝혔다. 작은 예외가 반복되면 결국 핑계가 된다는 생각이 그를 지금까지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다.

실수에 대한 태도도 변함없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 않는 것이 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온 이유라고 말했다. 오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쌓여, 마흔의 생일에도 코트에 설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대한항공에서만 18시즌을 뛴 그는 현재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운 뒤에도 또 한 번 도전을 이어갈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매 시즌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임해왔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 시즌 역시 같은 자세로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에 충실한 선택이 결국 미래를 열어줬다는 설명이다.

국가대표에 대한 마음도 같다. 후배들의 활약을 응원하면서도, 대표팀에 부름을 받을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국제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는 여전히 식지 않은 경쟁심이 담겨 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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