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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지선 공천권 내려놔라"…당심 70% 룰 비판 '점입가경'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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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재선들 "당권 쥐었다고 공천 전횡 안돼"

당 지도부·지선기획단도 룰 개정 두고 '고민'

100만 당원 시대 눈 앞에…기조 유지 전망도

일각선 "張 대표, '분명히 변화'할 것" 관측도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 세번째)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선 의원 공부모임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방선거 공천 시 당심 70%를 반영하겠다는 룰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당내에선 "이기는 선거를 위해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공천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극으로 치닫는 반발에 지방선거기획단 마저 당내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만큼, 향후 장동혁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 공부모임인 '대안과 책임'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도부가 공천권을 내려놓고, 민심을 반영한 공천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안과 책임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기는 선거를 위해서는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제조건은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공천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 당권을 쥐었다고 마음껏 공천 전횡을 일삼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은 "획일적인 공천룰을 만드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지역별로 상황이 달라서 종합·입체적으로 분석한 공천룰이 필요하다"며 "공천룰도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에서 발표한 '당심 70% 경선룰'로는 지선을 이기기 어렵다는 의견을 꺼낸 것이다.

아울러 대안과 책임은 이날 토론회에서 △중도·합리적 보수에 소구력 있는 인재 발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개발 △민주당 독재를 막기 위한 마지막 전쟁 프레임 필요 등의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정리해 당 지도부에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심 70% 룰은 기존 지방선거 경선에 반영되던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비중을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개편해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잘 싸우는 사람에게 공천을 주겠다'는 장동혁 지도부의 당성이 반영된 안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한 당내 반발은 첫 발표 직후부터 터져나왔다. 전국단위 선거인 지방선거는 민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당성을 중시하다보면 국민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게 반발의 이유였다.

지난달 25일 구(舊)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는 국민이 직접 표를 행사하는 민의의 경쟁장"이라며 "민심이 떠난 자리를 당심으로 채우는 것이 과연 승리의 전략이 될 수 있겠나. 당원투표 비율 상향은 재고돼야 한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심지어 당 지도부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지난 1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선거를 70% 반영하면 중도 민심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이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에 지선기획단은 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지선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지선기획단-청년지방의원협의회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의 오차범위가 큰 부분이나 역선택, 당 기여도를 확장하자는 의미에서 7 대 3을 얘기했는데, 여기에 대해 또 다른 우려가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발언 한 바 있다.

장동혁 대표도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15일 계엄 사과를 요구했던 재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 대표가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이 완전히 종료되는 12월 말에 기조를 바꾸고 지선 공천룰도 지역에 따라 민심 비율을 더 높일 가능성을 언급했단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당내에선 지도부가 당심 70%룰에 대한 기조를 꺾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나타나고 있다. 12월 현재 국민의힘에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이 96만2331명으로 당원시스템을 통한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 수준을 경신하면서 "당심이 곧 민심"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단 수치가 나온 만큼 지도부가 방향 전환에 나설지 잘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이와 동시에 당내에선 지도부가 전향적인 태세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의 대표를 맡아왔던 김대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초선 의원 모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혁신을 요구하는 외침도 모두 우리 당을 살리고자 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강한 투사도 필요하지만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길을 제시하는 전략과 설계가 더 요구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장동혁 대표가 심히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잘 알겠지만 선거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당내 갈등을 봉합하려면 분명히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며 "장 대표의 당을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민심에 반하는 룰을 밀면서까지 지선 패배를 바라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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