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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지나도 읽힌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인기는 현재진행형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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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이 만든 여주인공들은 엄격한 행동 규칙과 이중적인 성별 기준이 존재하는 계급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아간다. 어찌 보면 21세기의 세상도 그리 다르지 않다.” (줄리엣 웰스 가우처칼리지 교수)

16일로 탄생 250주년을 맞이한 영국의 대문호 제인 오스틴(1775~1817)을 두고 외신들은 물론 영미권 학계의 관심이 뜨겁다. 미국 주요 대학 영문학과는 물론 지역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제인 오스틴 기념 행사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념한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와 미 공영방송 NPR 외신들은 200년이 넘은 시점에도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제인 오스틴 열기에 대해 다뤘다. 영국 잉글랜드 햄프셔주 스티븐슨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오스틴은 10대 때부터 재치 있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20대부터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의 작품으로는 ‘오만과 편견’(1813), ‘이성과 감성’(1811), ‘맨스필드 파크’(1814) 등 6편이 있으며, 생전 출간된 작품 모두가 ‘한 여성(by a lady)’이라는 익명으로 출간됐다. ‘노생거 사원’, ‘설득’은 그가 사망한 뒤 출간됐다. 

DW는 “그녀의 소설은 가족 간 갈등, 서서히 진행되는 로맨스, 자매애,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를 구별하는 방법 등 지금 기준에서도 놀랄 정도로 친숙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며 250년 된 ‘오스틴 앓이’의 이유를 지적했다. 또 오스틴의 소설은 현대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부장제에 순응하는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되기도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시작하는 “재산이 꽤 많은 싱글 남성은 아내가 필요하기 마련이라는 것은 보편적 진실이다”는 첫 문장은 지금도 많은 팟캐스트와 신문 기사 등의 단골 소재다. 

배리 조이스 골드 펜실베이니아대 영문학과 교수는 학내 미디어 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오스틴의 시간을 초월한 인기에 “오스틴의 소설이 개인과 세계의 관계를 다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스틴이 다루는 주제는) 결코 유행에 뒤처지는 내용이 아니다”면서 “그녀는 (자신이 소설을 쓸 때)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독자층에 말을 거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오만과 편견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아버지가 딸들의 결혼 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건은 오늘날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과 연관될 수 있는 식이다. 

영국 BBC는 내년 봄 제인 오스틴을 ‘틱톡 세대’에 맞게 재해석한 ‘또 다른 자매 베넷’을 방영한다. 영국 작가 재니스 해들로가 오스틴의 명작 ‘오만과 편견’의 둘째 딸 메리 베넷을 중심으로 쓴 2020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BBC는 지나친 고증보다는 현재 세대에 맞는 드라마로 연출한다는 방침이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아쉽게도 오스틴의 개인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사료는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스틴이 사망한 뒤 그의 언니인 카산드라가 그의 편지 중 상당수를 불태워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티나 리치어리 그리핀 버지니아대 영문학과 교수는 학내 UVA투데이에 “카산드라가 (제인 오스틴의 편지를 태운) 행동은 동생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것은 물론, 오늘날 독자와 영화제작자들이 (사라진 맥락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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