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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7달러 드릴게요”… 이란 하메네이가 내놓은 유화책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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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으로 촉발된 시위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이란 정부가 국민들에게 매달 약 7달러의 생활비를 지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제난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미봉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로이터=연합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로이터=연합

5일(현지 시각) 예루살렘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 약 8000만 명의 국민에게 매달 100만 토만(약 7달러·한화 약 1만원)을 생활비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파타메 모하지라니 정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의 목표에 대해 “가계의 구매력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며 식량 안보를 확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약 7달러 수준의 지원금으로는 현재 이란 물가 기준으로 계란 약 100개, 붉은 고기 1kg, 또는 쌀이나 닭고기 수 킬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다. 재원은 그동안 일부 수입품 보조금으로 매년 지출되던 100억 달러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이란 정부는 자격 요건을 충족한 국민에게 특정 상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형태로 생활비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시위는 지난달 28일 시작돼 전국 31개 주 가운데 22개 주로 확산된 상태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JCPOA) 탈퇴를 선언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부활시키면서 본격적인 경제난에 빠졌다. 여기에 이스라엘과의 전쟁까지 겹치며 지난 1년간 이란 화폐 가치는 달러 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고,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율은 42%를 넘어섰다.

참다 못한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이란 정부는 서둘러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고, 특정 필수품 수입에 보조금을 지급해온 환율 정책을 개편했다. 그러나 시위의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청년층까지 가세하며 오히려 더욱 격화됐다. 시위대의 요구가 경제난 해결을 넘어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으로까지 확대되자, 결국 이란 정부는 금전 지원을 통해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영국 싱크탱크 보르스 앤 바자르 재단의 설립자 에스판디야르 바트망헬리지는 “중산층에게는 금액이 너무 적어 생활 수준을 의미 있게 끌어올리기는 어렵지만, 최빈곤층의 상황은 분명히 개선될 수 있다”면서도 “이 정도 지원으로는 대다수 이란 국민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경제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위기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여기에는 제재 해제를 위한 핵 협상과 함께, 심화되는 부의 불평등을 초래한 경제적 실정과 부패에 대한 강력한 척결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 진압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유화책을 내놓았지만, 시위 진압에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 등으로의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할 경우 “미국이 구출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한 만큼, 이란 정부로서도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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