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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사 삭제’에 사과도, 후속 조치도 없는 YTN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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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창철씨의 4년 전 음주운전 사고 관련 기사를 언론사들이 삭제·수정한 사례가 줄줄이 드러난 가운데, YTN이 어떠한 사과나 후속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어 내부 비판이 나왔다. 앞서 한겨레는 관련 기사 두 건의 제목 수정 사실이 밝혀진 뒤 뉴스룸국장이 보직 사퇴했고, 대표이사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SBS, 뉴시스, 한국일보, 연합뉴스도 국장급이 직접 사과에 나섰고 기사 복구도 이뤄졌다. 이 같은 타사 상황에 비춰볼 때 보도전문채널로서 영향력이 적지 않은 YTN의 현 대응은 문제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6일 성명을 내고 “이 거대한 추문의 포문을 처음 연 것은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였다”면서 “우리는 조직의 치욕을 스스로 고백하며 보도 독립성을 지키고자 했으나, 이 사건을 대하는 사측의 태도는 굴욕을 넘어선 참담함 그 자체였다”고 밝혔다. YTN은 2021년 8월12일 「현대차 정의선 장남, 만취 음주 사고로 약식기소」, 10월15일 「‘만취 사고’ 현대차 정의선 회장 장남 벌금 900만 원」을 보도했으나 이종구 마케팅국장 요청에 따라 지난 9월18일 삭제됐다. 삭제 사유는 ‘당사자 해명 미포함’으로 기재됐으며 현 보도국장과 취재기자 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삭제해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의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YTN노조는 “마케팅국장은 기사 출고 당시 본인이 담당 부서장이었음에도 ‘잘못 쓴 기사라서 지웠다’는 궤변으로 해당 기사를 작성한 후배 기자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또 보도국 기사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내가 책임지려고 직접 지웠다’는 식의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보도의 독립성을 명백히 침해한 잘못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도국장은 외압으로부터 보도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보도국 수장임에도 기사 삭제 사건에 대한 문책 요구 투표를 끝까지 거부하며 책임을 방기했다. 그 결과 수많은 언론사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기사 삭제 사건이 YTN에서는 진상 조사도, 책임자 문책도, 기사 복원도 이뤄지지 않은 채 그저 아무런 일도 아닌 것처럼 묻히고 있다”고 개탄했다.

YTN노조는 “마케팅국장은 정재훈 당시 사업본부장에게 기사 삭제에 대해 보고했고, ‘국장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추진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며 정재훈 사장대행을 향해 “사업본부장 재직 당시 무슨 권한으로 기사 삭제를 추진하라고 말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노조는 “유진그룹이 심어둔 사장대행 체제에서 YTN의 공정방송은 고사 직전임이 분명해졌다”며 △윤리위원회 개최로 기사 삭제 관여 인물 엄중 징계 및 재발 방지책 마련 △삭제 기사 두 건 즉시 원상복구 및 삭제 경위 투명 공개 △정재훈 사장대행의 신속한 사퇴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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