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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까지 반론권, 언론 근간 흔드나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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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14일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 쟁점은 언론중재법 16조 1항(반론보도청구권)이다.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 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조항에 “언론보도등은 사실관계에 관한 내용에 한정하지 아니한다”라는 문장이 더해졌다. 기사에는 크게 사실과 의견이 담기는데, 앞으로는 사실에 더해 의견에 대해서도 반론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공동 성명에서 “사설과 칼럼까지 반론보도와 정정보도 대상으로 삼은 일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이는 틀린 주장이다. 지금도 사설과 칼럼에 담긴 사실적 주장이 허위일 경우 반론보도와 정정보도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2001년 4월14일 사설에서 당시 MBC ‘100분토론’ 사회자 유시민씨가 “신문 고시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으로써”라고 말해 편파 진행했다고 썼는데 유시민씨는 이날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에 법원은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및 1000만 원 지급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2019년 2월15일 조선일보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의 ‘정치방송’」이란 칼럼을 실었는데 사실관계가 틀려 법원 판결에 따라 정정보도에 나서기도 했다.

기사·사설·칼럼 모두 언론 중재 대상이다. 핵심은 사실적 주장이다. 앞서 대법원은 1999년 판례(99나12840)에서 “논평이나 논설 등 가치평가나 의견표시를 하는 주장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전제 혹은 예시 등을 위한 사실적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실적 주장은 반론보도청구권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우리 법원에는 사설이나 칼럼에서 원고의 명예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적 주장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반론보도청구를 기각한 판례가 다수 존재한다. 그런데 노종면 의원 개정안은 기사든 사설이든 상관없이 의견 표명까지 반론 대상으로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두고서는 우려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피해자의 반론권을 확대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공감하나, 반론보도 청구 대상을 의견·논평 등 주관적 사항까지 포함할 경우 공익적 논평이나 비판 등을 회피하게 되어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고, 의견·논평 등에 대한 반론보도는 결국 의견에 대한 의견 형식이 되어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시민 피해구제 효과보다 권력자의 남용 가능성을 높일 위험이 있어, 본래 취지에 맞춰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한정해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의견·평론 기사에 대한 반론 적용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심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 5일 “의견 표명에 대한 반론보도청구는 중재부에서 기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기각되지 않고 심리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반론보도청구라고 판단되면 조정결렬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언론사 입장에선 향후 소송 대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언론중재제도가 정치적 공방을 위한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

한국언론법학회장을 역임한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배력이 강한 언론이 지배력이 약한 개인 등을 상대로 일방적인 평가를 했을 때 반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무익한 접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반세기 언론 중재 시스템은 사실보도로 인한 피해구제를 토대로 작동해 왔다. 의견 표명까지 반론 대상으로 삼는 것은 중재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전복에 가까운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희영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장(변호사)은 “사실적 주장을 배제한 언론사나 기자의 순수한 의견에 대해서까지 반론보도청구권을 인정하는 안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의견은 사실과 달리 객관적으로 당부를 판단하기 어려운데 모든 의견에 대해 반론이 허용되어야 한다면 언론의 고유한 편집권이나 비평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종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설 등을 사실적 주장으로 이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반론보도는 물론이고 정정보도까지 청구하고 있다”고 밝힌 뒤 “현행법은 사실적 주장을 증거로 판단할 수 있는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으로, 사실과 주장이라는 상충적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런 표현을 바로잡고 현실을 반영해 법률을 합리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이어 “(2021년) 로봇 성능 시험 행사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주최측 요청으로 로봇을 넘어뜨렸는데도 일부 언론은 이를 로봇 학대, 정서 장애 등으로 몰아갔다. 정신과 의사나 평론가들 평가를 다뤘으니 지금 신문들 입장에 따르면 이건 반론보도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상대를 사실상 정신 이상자로 몰면서 그의 반론을 누락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런 가운데 허위조작보도로 확정된 사안을 반복적으로 보도한 언론사에 문체부장관이 10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개정안 내용도 논란이다. 문체부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허위정보 과징금 규정을 이미 동일하게 두고 있어 대다수 언론사가 망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현실에서 과도한 중복규제에 해당될 수 있다”고 했다. 신문협회는 “행정부가 언론사에 대해 직접적인 금전 제재를 부과하는 구조로, 정부가 언론 보도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열어주는 결과를 낳고 현재도 (언론이) 형사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정정보도 의무 등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액 과징금까지 더해지면 비례성 원칙 측면에서 과도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도 “과징금 부과 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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