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는 몸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골치가 아픈 식재료다. 몇 번 해 먹고 나면 금세 물러지고, 껍질은 쭈글쭈글해지기 때문이다. 분명 돈을 주고 산 아까운 재료인데 말이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단했는데, 꺼내는 순간 손에 힘이 빠진다. 결국 “다음에 써야지” 하며 미뤄두다 버리게 되는 채소, 가지가 딱 그렇다. 버리는 횟수가 쌓이면 돈이 아까워지는 날도 늘어난다. 이런 경우 딱 맞는 방법이 있다.가지가 쉽게 상하는 이유는 구조에 있다. 수분 함량이 높고 조직이 부드러워 냉장 환경에서도 빠르게 노화가 진행된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속부터 물러지기 시작해 조리했을 때 질감이 흐트러진다. 그래서 가지는 냉장 보관만으로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채소다. 그렇다고 생가지를 그대로 얼렸다간, 해동하면 물이 쏟아지고 식감까지 망가진다.
문제는 냉동이 아니라 ‘방법’이다. 가지는 손질과 전처리만 제대로 해주면, 1년 가까이 보관해도 조리용으로 충분히 쓸 수 있다. 핵심은 가지의 수분을 통제하는 데 있다.먼저 가지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은 뒤 가늘게 채 썬다. 너무 두껍게 썰면 이후 과정에서 속까지 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는다. 채 썬 가지를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담고, 위에 비닐이나 랩을 씌운다. 이때 완전히 밀봉하지 말고 한쪽을 살짝 열어 김이 빠질 공간을 남겨둔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몇 분간 돌리면 가지의 숨이 죽으며 수분이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완전히 익히는 단계가 아니라, 조직을 안정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가지는 바로 냉동하지 않는다. 쟁반이나 넓은 접시에 펼쳐 한 김 식히고, 통풍이 되는 상태에서 살짝 말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표면이 축축하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이 단계가 생략되면 냉동 후 해동했을 때 물이 생기고 가지가 흐물거린다. 반대로 너무 바싹 말리면 식감이 질겨지므로, 촉촉함은 남기되 물기만 정리하는 것이 목표다.이렇게 준비한 가지는 소분해 밀봉한 뒤 냉동 보관한다. 지퍼백을 사용할 경우 공기를 최대한 빼주는 것이 좋다. 공기가 남아 있으면 냉동 중 산화가 진행돼 맛이 떨어진다. 날짜를 적어두면 관리하기도 쉽다. 이 방식으로 보관한 가지는 볶음, 찌개, 덮밥용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해동하지 않고 그대로 팬이나 냄비에 넣는 것이 식감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전자레인지에 너무 오래 돌리면 가지가 익어버려 냉동 후 사용할 때 물컹해진다. 처음 시도할 땐 짧게 돌린 뒤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가지를 굵게 썰면 전처리 효과가 떨어져 냉동 후 만족도가 낮아진다. 양념을 한 상태로 냉동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가지는 양념을 잘 흡수하는 채소라, 냉동 중 맛이 변질될 수 있다.이 방법의 장점은 단순히 오래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리 시간이 줄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바로 꺼내 쓸 수 있다. 냉장고에서 물러진 가지를 보며 망설일 필요도 없다. 한 번 손질해두면 계절에 상관없이 가지 요리를 이어갈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지는 관리만 잘하면 사계절 내내 활용도가 높은 채소다. 금방 버려지는 채소에서, 계획적으로 쓰는 식재료로 바뀌는 순간이다. 다음에 가지를 사 왔다면, 냉장고에 그대로 넣기 전에 한 번만 더 손을 거쳐보자. 그 차이가 1년 살림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