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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도 날렵해질 수 있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EV라운지
그런데 막상 운전을 시작해 보니 오히려 편했다. 가장 먼저 선입견을 깬 건 회전반경이다. 유턴 때 편도 3차선 도로 안에서 무난하게 돌아나갔다. 2009년부터 발이 되어 주고 있는 준중형 세단과 회전반경에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덩치가 있다 보니 주차가 쉽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장점 덕분에 주차도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두 번째 선입견을 깬 건 경쾌한 주행 성능이었다. 시승차는 2.5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달린 하이브리드 4륜 구동(HTRAC) 모델이었다. 업무 때문에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간거리를 널찍하게 벌리며 서행하는 앞차를 앞지르기 위해 1차선으로 들어가 가속페달을 밟자 차가 붕 하고 튀어나갔다. 모터와 엔진이 함께 움직이면 발휘되는 최고 334마력의 출력 덕에 가속이나 오르막길 추월도 힘든 느낌이 없었다.
대신 얌전하게 달릴 때는 엔진이 연속 5분 넘게 돌지 않았다. 차가 처음 출발할 때 등 가속이 필요한 상황이 끝나면 바로 엔진 회전수가 0으로 표시됐던 것. 차가 시속 20∼50km를 수시로 오가는 상황에서는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을 때만 엔진이 돌았다 발을 떼는 순간 바로 꺼졌다. 약 120km를 주행하는 동안 연료 눈금은 가득 찬 F에서 5%도 줄어들지 않았다. 연료탱크가 72L로 크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정도면 하이브리드 차가 왜 인기 있는지를 알 것 같다. 엔진이 켜질 때 있을 법한 진동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억제돼 있다.
승차감은 무난했다. 도로 요철을 완벽히 흡수하지도, 읽고 달리지도 않는 중간 정도 수준이다. 다만 과속방지턱 등을 넘어갈 때 차가 두어 번 출렁이는 상황이나, 시속 5km 이하에서 서서히 감속할 때 차가 미세하게 턱 하고 걸리면서 멈추는 느낌은 이 차가 현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기함급’ 모델임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웠다.

차선 유지 기능도 가운데를 잘 따라가 조향에 신경을 많이 쓸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많이 팔리기로 유명한 독일 V사의 준중형 SUV의 차선 보조 기능이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만 해 주고, 가운데를 못 잡은 채 왔다 갔다 하는 것과 차이가 컸다.
어차피 시끄러운 차에 좋은 스피커가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도 있었는데, 엔진음이 별로 없는 하이브리드 차라면 좋은 스피커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앨범을 들으면서 일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제2자유로의 정체가 보스(BOSE) 스피커의 웅장한 공간감에 묻혔다. 이 차의 3개 세부 모델(트림) 중 최상위 등급에만 기본 장착되고, 중간 트림은 선택품목(옵션)으로 넣을 수 있다. 가장 저렴한 트림에는 선택품목으로도 넣을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