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 읽음
"피 아니야?" 붉은빛 띠는 돈가스 먹어도 괜찮을까, 알고 보니…
위키트리
0
돈가스 단면에서 붉은색이나 분홍빛이 도는 부분이 보일 때 많은 사람이 피가 남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색을 좌우하는 핵심은 대부분 혈액이 아니라 근육 속 색소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이다.

미오글로빈은 근육 세포 안에서 산소를 붙잡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이 단백질이 산소와 결합한 상태에서는 선홍색이나 붉은빛을 띠고, 산소가 적거나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자주빛, 갈색 등으로 색이 달라진다.

붉은색 띠는 돈가스 먹어도 괜찮을까?

돼지고기라고 해서 항상 옅은 색만 나는 것은 아니고 근육이 많이 쓰이는 부위일수록 미오글로빈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원래 색이 더 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같은 부위라도 도축 이후의 냉각 속도, 숙성 정도, 보관 중 산소 노출량에 따라 미오글로빈의 상태가 달라져 조리 전부터 색이 고르지 않게 보일 수 있고 그 차이가 튀긴 뒤 단면에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미오글로빈 현상이 익었는데도 분홍빛이 남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미오글로빈이 열을 받으면 변성돼 갈색 계열로 바뀌는 과정이 항상 동일하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 내부의 온도가 충분히 높고 오래 유지되면 미오글로빈이 변성돼 회갈색이나 연갈색으로 안정되지만 돈가스처럼 높은 온도의 기름에서 짧은 시간에 조리하는 방식은 겉면이 빠르게 익어 단단한 튀김층이 생기고 그 층이 내부의 수분과 열 이동을 늦춰 중심부 온도 상승이 상대적으로 느려질 수 있다.

이때 중심부는 실제로 덜 익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필요한 온도에 도달했더라도 고기 내부의 산도(pH), 수분량, 염분과 같은 조건에 따라 미오글로빈이 변성되는 색 변화가 더디게 일어나 분홍빛이 남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조리 전후로 고기가 공기와 만나는 정도도 영향을 준다. 산소가 충분히 닿으면 붉은빛이 선명해지고 산소가 제한되면 자주빛이나 탁한 분홍빛이 될 수 있는데, 튀김옷 아래쪽의 내부는 산소 노출이 적어 색이 균일하게 변하지 않기 쉽다.

돈가스 단면이 분홍빛을 띠는 미오글로빈 현상은 고기가 두껍고 수분이 잘 보존됐거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튀겨 속살이 촉촉하게 익는 과정에서 나타나 '육즙이 좋고 부드러운 돈가스'의 신호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또 고기의 산도(pH), 숙성·보관 중 산소 노출, 가벼운 염지 여부에 따라 색이 더 남기도 한다.

돈가스의 미오글로빈 현상은?

결과적으로 돈가스 단면에서 보이는 붉은 기운은 피가 고여서라기보다 미오글로빈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조리 중 내부 조건과 온도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렇다면 이런 미오글로빈 현상으로 분홍빛이 남은 부위를 먹어도 괜찮은지는 색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미오글로빈은 안전성과 직접적으로 같은 의미가 아니어서, 충분히 가열돼 안전한 상태인데도 분홍색이 남을 수 있다.

반대로 붉은빛이 옅더라도 내부가 완전히 익지 않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먹어도 괜찮은 경우는 미오글로빈이 원인인 단순한 색 잔존이면서 실제로는 속까지 충분히 익었을 때이며 그 판단은 단면의 색보다도 질감과 온도에서 더 단서를 얻는다.

속살이 반투명하거나 물컹하게 느껴지거나 중심부가 뜨겁지 않고 미지근하다면 가열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대로 먹기보다는 추가로 익히는 편이 안전하다. 반대로 살이 불투명하게 익어 있고 결이 단단하며 중심이 확실히 뜨겁다면 남아 있는 분홍빛은 미오글로빈 상태와 조리 조건이 만든 현상일 수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