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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 대도 안 터진다… SK가 선택한 '물 배터리', 화재 공포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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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일 대전광역시 스탠다드에너지 본사에서 바나듐이온배터리(VIB) 기반의 ESS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이석희 SK온 사장과 김필석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 등 3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기술 교류와 양산 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협력은 화재 이슈가 끊이지 않는 ESS 시장에서 물리적으로 불이 나지 않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차전지 기술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 / SK 이노베이션 뉴스룸

협약의 핵심은 단주기 ESS 시장 공략이다. ESS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거대한 배터리 시스템으로 저장 시간에 따라 장주기와 단주기로 나뉜다. 이번에 3사가 주목한 단주기 ESS는 통상 4시간 미만으로 에너지를 빠르게 충전하고 방전하는 설비다. 주로 데이터센터나 급격한 부하 변동이 잦은 산업 시설에 설치되는데, 짧은 시간 내에 고출력을 반복해야 하므로 배터리의 과열 방지와 출력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의 기술적 특성이 부각된다. 리튬이온배터리가 인화성 유기 용매를 전해액으로 사용하여 열폭주 위험을 안고 있는 것과 달리, VIB는 물(H2O)을 주성분으로 하는 수계 전해액을 사용한다. 외부 충격이나 과열 상황에서도 발화나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화학적으로 제로에 가깝다. 출력 성능 또한 우수해 순간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백업 전원용으로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3사는 각 기업이 보유한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배터리 제조 노하우를 갖춘 SK온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고도화와 셀 대면적화 설계를 주도한다.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정유 화학 공정에서 축적된 소재 기술을 투입한다. 특히 정유 과정에서 부산물로 회수되는 바나듐을 배터리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가격 경쟁력의 핵심인 원가 절감을 실현할 계획이다. 전해액 첨가제 개발을 통한 소재 성능 개선 작업도 병행한다.
이석희 sk온 사장이 김부기 스탠다스에너지 대표로부터 바나듐이온배터리 설명을 듣고있다. / SK 이노베이션 뉴스룸

파트너로 선정된 스탠다드에너지는 VIB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증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VIB 기반 ESS를 개발한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서울 도심 한복판과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 내에 ESS를 설치해 운영해 왔다. 운영 기간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도심형 ESS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25년 세계 최고의 그린테크 기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SK온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제품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기존의 고성능 하이니켈(NCM) 배터리와 보급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이어 화재 안전성이 극대화된 VIB까지 확보하며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최근 ESS 시장의 화두가 효율에서 안전으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올해 진행 중인 제2차 ESS 중앙 계약 시장 입찰에서는 화재 안전성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격상됐다.

SK온은 이미 화재 예방을 위한 독자적인 기술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내부의 미세한 저항 변화를 감지, 화재 발생 최소 30분 전에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고가 난 뒤 불을 끄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징후를 미리 포착해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사전 예방 기술이다. 여기에 소재 자체가 불타지 않는 바나듐 배터리까지 더해지면 SK온의 ESS 안전 솔루션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이번 협약에 대해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선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임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화재 안전성이 뛰어난 바나듐 이온 배터리 개발을 통해 글로벌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 역시 리튬이온배터리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VIB의 사업화 속도를 높여 데이터센터와 도심 등 안전이 필수적인 공간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ESS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 회사의 연합 전선이 화재 공포에 갇힌 ESS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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