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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으로 뻗는 부품 경쟁… 관건은 ‘기술 국산화’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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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보틱스 시장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 전자부품 기업들이 로봇 부품 사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휴머노이드와 산업 로봇용 핵심 부품을 성장축으로 삼고 선제 투자에 나섰다. 다만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자체 기술 내재화는 중장기 숙제로 꼽힌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산업은 하드웨어 완제품 경쟁을 넘어 정밀 부품의 성능·단가·공급 안정성이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로봇 한 대 원가의 40~60%가 핵심 부품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성능 센서, 카메라 모듈 등 부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AI 모델 공급 성수기와 맞물리며 부품업체들의 실적 잔치가 이어졌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9133억원으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9000억원대를 회복했다. AI 서버·네트워크 및 산업·전장용 고부가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기판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LG이노텍은 영업이익(6650억원)이 전년 대비 5.8% 감소했으나 매출은 21조896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애플 ‘아이폰 17’ 시리즈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출하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이 잘 팔린 덕이다.

양 사는 호실적에 힘입어 올해 로봇 부품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통상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 MLCC가 약 1만개와 카메라모듈이 최소 5개 이상 장착된다는 점에서 부품 사용도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기존 전장·전자 부품 역량을 기반으로 액추에이터, 카메라 모듈, 센서, 유리기판 등으로 적용 영역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아 국산 내재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기존 주력 부품만으로는 로봇 제작에 한계가 있고, 국산화율이 가장 낮은 영역이 정밀 감속기, 제어기 부분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국산 기술력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실제 로봇의 핵심 소재인 영구자석의 약 88% 이상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밀 감속기와 제어기도 일본과 중국산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로봇 구동에 필수 소재인 영구자석은 지난해 기준 88.8% 중국에서 수입했다. 또 정밀감속기·제어기 등 주요 구성부품 역시 일본과 중국산 비중이 크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같은 자원 빈국이지만 재자원화 기술과 고급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업스트림(원자재·소재) 단계의 공급망 충격을 완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산 부품 공급망이 구축될수록 로봇의 단가를 낮추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로봇 부품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노르웨이 초소형 고성능 전기모터 업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LG이노텍도 카메라모듈과 센서, 기판 기술을 결합해 로봇용 비전·센싱 부품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봇 산업의 승부처로 ‘가격 경쟁력’, ‘기술 자립’, ‘대량 생산 능력’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단순 모듈 공급을 넘어, 소재·공정·설계까지 한 대의 로봇에 국산 기술력을 집약시킨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진실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로봇 활용 역량은 뛰어나지만 핵심 소재·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며 “그동안의 제조·활용 중심의 전략을 공급망 안정 전략으로 신속히 전환하는 것이 향후 로보틱스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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