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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효식의 밀컴] 사관학교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위기’와 ‘해법’
BEMIL 군사세계- 위기를 정면으로 직시해야 국군의 지속가능성 보장할 수 있다
지난 연말 북한 김정은이 보여준 신형 장거리 대공미사일 시험발사, 미사일과 포탄 생산공장 시찰, 장거리 전략순항 미사일 발사, 대구경 방사포 생산공장 시찰 등 군사적 행보는 매우 의미심장했다. 성탄절을 맞아 ‘핵동력 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전격 공개한 것은 기만 가능성도 있지만 압권이었다.
북한 군사력이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은 2021년 8차 당대회를 통해 공개한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과로 볼 수 있다. 1월 중 예정된 9차 당대회에서도 강력한 국방력 발전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더 경각심을 가져야할 영역이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 약 1만 4천여명이 쿠르스크 지역의 열악한 환경에서 체득한 전자전과 드론전 등 ‘전술전기 실전경험’이다. 2014년과 2017년, 2022년 등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사례와 차원이 다른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주한미군 약 28,500명은 오로지 북한만 상대하는 한미동맹의 반지가 될 것으로 믿었는데, 미국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안보전략(NDS)은 대만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계획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12월 29일 ‘한미 연합정책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한미동맹 현대화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 중에서도 핵심 축’이라고 강조하면서 ‘유엔군사령부는 역사적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있다. 우리 정부의 전시작전권 회복과 병행하여 한미동맹 현대화 및 유엔군 사령부가 복잡한 퍼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새해 2026년은 국방전략과 군사력 강화 차원에서 고뇌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군은 지금 경황이 없다.

지난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교가 재판장에게 승인받고 발언한 내용이다.
그 장교는 생도 및 초급장교 시절 우리 군이 과거 권위주의적 과오와 단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정치적 중립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하면서, 전혀 상상못했던 불법 비상계엄관련 재판에 자신이 증인으로 출석한 참담한 심정을 표현했다.
약 40년 전에도 그랬다.
필자는 1979년 12월 충북의 소도시에서 고등학생이었는데 넓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잘 몰랐다. 1982년 육군사관학교 입학을 하고 대학으로 진학한 친구들이 사관학교로 면회를 왔을 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걸 느꼈다.
군사정변이나 쿠데타 등 과격한 용어들이 매우 생경했지만, 어느순간 스스로 군사정권의 유전자를 수혈받은 것같은 부채의식으로 머리를 숙여야했다.
사관학교 수업시간에 처음 접한 ‘문민통제’라는 단어는 궁금증을 키워만갔다.
선배들은 물론 필자도 졸업할때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직접 악수한게 신기했지만, 세상이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 동기생들은 사관학교 입학하기 전 그리고 직접 참여하지도 않았던 과거때문에 사회로부터 밀려오는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소위로 임관하여 강원도 인제와 경기도 연천에서 군생활을 시작했는데,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마음 한 편으로도 그런 ‘찜찜함’이 빨리 사라지길 소망했다.
그런 심정으로 40여년을 지내왔다.
군복에서 묻어나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자랑스럽게 간직할 수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할 즈음, 2024년 12월 3일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시지프스 신화의 주인공처럼 모든게 다시 원점 아니 그 이하로 급격히 후진하고 말았다.
‘국가방위 최후보루’라는 문구가 믿음직한 국군을 상징하는 표현이었는데, 2024년 12월 3일 밤 생방송과 이후 국회청문회 및 법정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여진 군인들은 국민들이 그동안 알고있던 모습과 너무 달랐다.
엄중했던 ‘문민통제’라는 단어가 문민 대통령에 의해 스스로 뒤집히는 상황이 너무도 아이러니했다.
12월이 되면 미국 사관학교가 부러워진다
매년 12월 둘째 주가되면, 미국 군인뿐아니라 국민들까지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미국 육사와 해사의 친선 미식축구 경기가 열린다.
2024년에 이어 지난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관생도들의 환호를 받으며 직접 참석했고, 경기장은 월드컵 축구 결승전 이상의 축제분위기였다. 사관학교 생도들만의 이벤트가 아니고, 200만 미군장병들이 장교들의 임관출신과 계급고하를 불문하고 ‘GO ARMY BEAT NAVY’ ‘GO NAVY BEAT ARMY’를 열창한다. 매우 적대적인 응원구호지만 경기내내 보여지는 모습은 그 반대였다.
사관학교 생도들이 미국 국민과 군인들로부터 끝없는 존중과 존경을 받고있는 모습은 한없이 부럽다. 지금의 생도들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갔던 수많은 선배장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현실이다.
그날 경기는 육사가 계속 앞서다가, 해사가 17:1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했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경기가 끝난 이후 등장한다.
선수들이 모두 육사 응원석으로 달려가서 다함께 육사 교가를 열창한다. 경기에서 패한 사관학교를 위로하고 배려하기위해 먼저 기회를 주며 신사 정신을 살리는 장면이었다. 이어서 해사 응원석으로 달려가 경기장의 모든 장병과 시민들이 다함께 해사 교가를 부르면서 승리를 축하한다.

대한민국 사관생도의 마음도 다르지않을 것이다.
과거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가 동대문경기장(지금의 동대문 DDP)에서 열렸는데, 함께 교가를 부르며 군인의 길을 함께 걷는 전우로서 의기투합 했었다. 지금도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 교가를 기억한다.
그러나 어느순간 체육대회는 중단되었고, 사관학교를 순회하는 방식으로 겨우겨우 진행하다가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굳이 사관학교 체육대회를 거창하게 할 필요가 있냐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사관생도 제복을 입고있거나 미래의 새까만 후배들이 그들과 직접 관련없는 어두운 역사로 인해 기죽는 상황이 반복될까봐 너무도 안타깝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 재등장
12.3 불법 비상계엄에는 육사를 졸업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64년만의 문민국방장관 안규백 장관은 취임직후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우리 군의 후진 부분을 도려내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첨단 강군 육성’을 위해 여러 분과를 구성했는데, 그중 사관학교 통합이 포함되어 있다. 육군의 육사와 3사의 통합뿐아니라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까지도 거론된다.
사관학교 통합은 대략 두가지로 그 이유를 추정할 수있다. 첫째는 비상계엄의 주축이 육군사관학교이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일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육사만의 결속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는 것이다. 둘째는 사관학교도 심각한 인재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급변하는 미래전장에 대비할 수있도록 일정기간 사관생도로서 공통의 안목과 경험을 쌓은 이후 적성에 맞는 군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국방부가 고려하는 또다른 배경도 가능하기 때문에, 섣불리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세계최강 군대인 미국의 경우 사관학교들이 분리되어 있지만 철저히 합동성을 발휘하면서 엄중한 군기와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 강한 군대와 사관학교의 통합 또는 분리가 본질적 인과관계를 갖기 어려워보인다. 각 국가별 안보상황과 지정학적 환경 등 여러요인을 고려하여 선택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관학교 통합분과는 지난달 국방부 장관에게 국군사관대학교라는 새로운 이름을 보고했는데, 이후 국방부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추진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알고 있다. 통합으로 갈지 아니면 지금처럼 각자 사관학교로 가되 더 정예화하는 방안으로 갈지 알 수 없지만 군사적으로 합리적인 판단과 결심을 기대한다.
사관학교의 고유한 목적은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최고 장교들을 국가예산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현재 교육받는 사관생도들이 미래 전장을 준비함에 있어서 어떤 방안이 최상인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물론 사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우대받거나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임관 출신과 상관없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장교와 지휘관들이 존경받고 진급되는게 맞다.
정권이 달라질때마다 사관학교 통합과 이전이 회자되곤 했다.
어떤 시기에는 서울의 부동산 문제해결을 이유로 육사의 탈서울이 등장했고, 지역발전이라는 정치공약을 목적으로 다양한 지역이 거론되곤 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굳이 사관학교가 필요한가라는 불신도 있다. 사관학교 통합이 12.3 불법 비상계엄의 후속조치로서만 다뤄진다면 먼훗날 매우 불편한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대한민국은 변함없이 ‘민주공화국’이다
북한의 군사력이 날로 첨단화되어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강한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는 2026년 국방비를 약 66조원으로 대폭 증액했고, 가능한 빨리 GDP 3.5%까지 올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거대한 국방예산만큼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하들 희생을 줄이면서 승리할 수 있는 지휘관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사관학교의 소명이다. 국민들도 그러한 사관학교를 원할 것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의 후폭풍은 나쁜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모든 사관학교에서 자퇴생도가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육사는 330명 정원 기준으로 지난해 임관기수는 35명 올해 임관기수는 77명으로 역대 최대숫자가 되었다. 반대로 입학경쟁률은 급락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3사관학교의 최근 가입교 생도는 정원 550명에 훨씬 못미치는 390명이었다.
다시 지난번 그 재판정으로 돌아가보자. 중령계급 그 장교 발언은 대부분 군장병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24년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계절이 4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근데 저를 포함한 제 동료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따뜻한 봄날이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혹독한 겨울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국가방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제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고 그 무게감은 천근만근이다. 고통받는 애먼 군인들에게 너무도 미안하다.
뒤늦게 생도제복을 입을 어린 청춘들이 또다시 두 어깨위에 무거운 역사를 올려놓고 가야할 상황이 가슴아프다.
그들이 군복입은 군인의 길을 경쾌하게 걸어가도록 그리고 국민들의 기대를 다시금 품을 수 있도록 선배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현재의 군인들을 대신하여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지난 1년동안 여러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을 제외하고 사관학교 선배 또는 평소 군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여러 예비역 협회 등 단체들이 현역군인을 대신하여 국민들께 사과했다는 뉴스를 들어보지 못했다.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어떤 고민을 하고있을까.
군인복무기본법은 청춘들이 군복입을 것을 결심했을 때 헌법과 법률 준수에 대한 선서를 명령하고 있다. 최근 군인들에 대한 헌법교육이 강조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가슴속에 품는 것이 바로 사관학교 의 출발점이 되어야한다.
12.3 불법 비상계엄의 후폭풍은 머지않아 마무리되겠지만, 더 심각한 위기가 진행 중인 것같다. 장교단의 구심력이 약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장교들이 부실해지면 국방의 미래는 암흑이 될 것이다.
장교와 간부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간직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하는, 군통수권자와 문민국방장관의 ‘르네상스 리더십’을 간절히 기대한다.
여전히 겨울에 갇혀있는 모든 군인들이 다시금 입춘과 사계절을 체험하는 2026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