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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가격, 안 내렸나 못 내렸나”…정부 발언 이후 달라진 시장, 지속성은?
데일리안할인·중저가 경쟁…지속성엔 물음표
원가 아닌 전략 문제였던 가격 구조
생리대 넘어 분유·기저귀로 번질까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여성 소비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동시에 “뒷북 조치”라는 씁쓸한 반응도 적지 않다. 그동안 가격 부담을 개인의 몫으로 감내해 온 만큼, 정부 발언 이후에야 움직인 업계의 대응이 마냥 반갑지 만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적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크다. 할인과 라인업 조정은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지만, 유통 마진 감소에 따른 손해와 시장 가격 구조 전반을 손보는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리대 주요 제조사들은 최근 중저가 생리대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체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고 나섰고, 유통업계는 자체 브랜드(PB)를 내놓거나 할인율을 대폭 늘리는 등 발빠른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체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대응한 곳은 쿠팡이다. 쿠팡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는 지난 1일 생리대 전문 브랜드 ‘루나미’를 통해 중형 크기의 제품을 개당 99원에 내놨다. 가격 인하로 발생하는 손실은 전액 쿠팡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리대 실태 파악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해외 생리대보다 우리나라 제품이 40% 가까이 비싼 게 사실인데, 싼 것도 만들어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수 있지 않겠느냐”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중저가 라인 확대를 두고 사회 전반에서는 여성 필수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조치로 평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생리대가 모든 여성의 일상과 직결된 소비재인 만큼, 가격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생리대 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생리대는 생활 필수재로 가격 탄력성이 낮아 가격이 인상돼도 수요 이탈이 제한적인 데다, 독과점 시장 구조로 인해 업체 간 가격 경쟁 유인이 크지 않아 높은 가격이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가격 자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물가 상황과 맞물리며 생리대 가격이 단순한 소비재 논쟁을 넘어 ‘생활 물가’ 이슈로 재정의됐고, 자칫 ‘기업 탐욕’ 프레임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도 재조명됐다.
물론 생리대 가격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의식 자체는 2016년 ‘깔창 생리대’ 보도 이후 이미 형성돼 있었다. 다만 당시 정부는 관련 논의를 정책 지원과 취약계층 보호 중심으로 다뤘을 뿐, 기업의 가격 정책을 정면으로 문제 삼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생리대 가격은 ‘시장 자율’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럼에도 주요 업체들이 오랫동안 프리미엄·중가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온 배경에는 브랜드 가치 관리와 평균판매가격(ASP) 방어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저가 제품 확대가 전체 가격대 하향으로 이어질 경우, 유통 협상력과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생리대 제조 기업 관계자는 “국내 생리대 시장에는 1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그 안에서도 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형성돼 있다”며 “당사 역시 중저가 라인을 10년 이상 운영해왔는데, 중저가 브랜드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4~7% 수준으로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꾸준한 수요는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편”이라며 “소비자의 기대에 발맞춰 업체들도 새로운 제품 개발과 투자를 하다 보니 프리미엄 라인이 상대적으로 부각돼 왔다. 제품별로 소재와 기술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생산 프로세스 자체가 다르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들은 그간의 여론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사회공헌을 통해 취약계층에 생리대를 기부하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일례로 유한킴벌리의 경우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힘내라 딸들아 캠페인’은 2016년부터 시작해 매년 100만 패드 이상, 누적 1200만 패드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복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생리대는 여성 필수재로,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부 만으로는 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부담해 온 가격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 속에서 이번 정부의 메시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대응이 기업들로 하여금 ‘손목 비틀기식 압박’과 ‘자발적 선택’의 경계에 서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명시적인 가격 규제나 행정 지시는 없었지만, 기업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을 경우 감수해야 할 정치·여론 리스크가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3대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80%를 웃돈다. 글로벌 기업 킴벌리클라크와 합작한 유한킴벌리는 좋은느낌을, LG생활건강과 일본 유니참과 합작한 LG유니참은 소피를, 깨끗한나라는 순수한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직장인 30대 여성 소비자는 “생리대 가격이 내려가는 건 반갑지만, 정부가 나서기 전까지는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씁쓸하다”며 “정부 발언이 없었다면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생리대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분유, 기저귀 등 다른 필수 소비재 역시 유사한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리대 가격 논란은 단순한 인하 여부를 넘어, 필수재를 어디까지 시장에 맡기고 어디부터 공공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동안 필수재는 시장에 맡기고, 문제가 불거지면 사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며 “이번 사례는 가격 구조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다른 필수 소비재로 논의가 확산될 수 있다. 이때 무조건적인 가격 인하 압박보다는 국제 표준 가격을 기준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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