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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굽는 데만 4시간"... 베트남 며느리들에게 한국 설은 '제2의 수능'
아주경제
15일(현지 시각) VnExpress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응우옌 티 바이씨는 올해로 한국에서 18번째 설을 맞았다. 그는 2008년 한류 열풍이 한창이던 시기 한국으로 시집왔다. 드라마 속 비빔밥과 미역국 장면을 보며 한국 문화를 익숙하게 느꼈지만 첫 설에 시가의 부엌에 들어선 순간 현실은 달랐다고 회상했다.
시아버지가 별세한 뒤 남편의 본가가 설과 추석의 중심이 되면서 장남의 며느리인 그는 부엌의 안주인 역할을 맡았다. 한국의 설은 음력 30일부터 2일까지 이어지는 3일간의 큰 명절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자녀와 손주들이 어른께 세배한 뒤 식사를 함께한다.
전통적인 설 상차림은 20~30가지에 이르며, 일부 가정은 40가지 이상을 준비한다. 햅쌀로 지은 밥을 시작으로 고사리·시금치·도라지·콩나물 등 다양한 나물이 색을 이루고 돼지고기와 소고기 무국, 북어 등이 오른다. 과일은 배·사과·대추·밤·곶감이 포함돼야 하며, 떡은 줄을 맞춰 놓는다. 양파와 마늘은 조상의 혼을 쫓는다고 여겨 사용하지 않는다.

상차림의 핵심은 '차례'다. 생선은 두동미서 원칙에 따라 머리를 동쪽, 꼬리를 서쪽에 두고,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상은 다섯 줄로 배열되며 중앙에는 술, 그다음은 주된 음식과 국, 마른 음식, 맨 바깥줄에는 과일을 둔다. 바이씨는 시어머니의 확인을 받기 전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설 당일 오전 9시, 정장을 입고 흰 양말을 신은 남성들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면 긴 준비가 끝난다. 이제는 시어머니 뒤에 서 있던 며느리에서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위치가 됐다. 그는 "설은 베트남보다 짧지만 노동 강도는 높다"며 "둘째 날 남편과 아이들과 사우나를 가거나 나들이를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2003년 화성의 세 형제 집안 둘째 며느리로 시집온 40대 여성 응우옌 티 푹씨 역시 설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역할 분담이 갈등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맏며느리는 장보기와 대외 업무를 맡고, 둘째와 막내 며느리가 요리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푹씨는 "힘들지만 자매처럼 도우며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따뜻하다"고 전했다. 그의 집에서도 20가지가 넘는 음식을 준비하며 특히 떡국은 새해에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를 담은 상징적 음식이다.
앞서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결혼한 외국인 여성 가운데 베트남 여성의 비중은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설과 같은 전통 의례에 대한 이해와 참여도가 높을수록 가족 관계, 특히 고부 관계의 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 230여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의 결혼 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25% 높았다.
푹씨는 "베트남의 설처럼 한국도 가족이 모이는 분위기를 소중히 여긴다"며 "차례를 마친 뒤 식탁에 둘러앉아 한 해를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세배 후 세뱃돈을 받는 모습은 고향과 닮았다"고 말했다. 이어 "설을 거듭하며 가족과 조상을 기리는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이곳에 진정으로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