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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하필 국정원 직원이 연루됐다니
아시아투데이지난달 우리 사회에는 격화소양이 현실로 등장했다. 30대 대학원생이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 배후에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있다며 오로지 군만을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이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문이 풀리기보다 그 대상과 방향에 대한 '가려움'만 더해졌다.
대한민국 정보기관들의 컨트롤타워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다. 정보 예산을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공작, 비밀 작전, 정보 탐지 등 각 정보기관의 커다란 흐름을 조절하는 등 정보 작전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대북 관련 사안일수록 국정원의 존재감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지난 한 달 간 만난 국회와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무인기 사건과 국정원을 함께 언급했다. "국정원이 왜 거론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거나 "국정원도 수사 대상이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국정원을 거치지 않고선 무인기가 북한에 침투할 정도의 작전이 벌어질 수 없다는 의미다.
때 마침 국정원 8급 직원이 무인기 대학원생과 금전 거래를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무인기 사건 조사를 위해 꾸려진 군경 합동 태스크포스(TF)는 해당 직원에게 일반이적죄까지 적용했다. 일반이적죄는 국가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중대 범죄다. 수사기관이 단순한 사적 관계 이상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국정원은 "행정부서 직원의 개인적 금전 거래"라는 해명을 내놨다. 대북 공작과 관련이 없는 일개 직원이 대학 동창에게 돈을 빌려준 것일 뿐 조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연결고리가 입증되지 않는 한 개인의 문제를 조직 전체와 연결시킬 수는 없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해명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 일탈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정보기관은 그 존재 자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특수 기관이다. 북한 관련 사건 피의자와의 지속적 접촉과 금전 거래는 일반 공무원의 경우보다 훨씬 무겁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사건은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평화 공존'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치밀한 '성동격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게 아니라면, 이는 정부와 현장 사이의 어처구니 없는 엇박자가 일어났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부서간의 정보 공유도 이뤄지지 않는 국정원 내부에서 '차단의 원칙'을 악용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독단적 행위를 벌인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국정원이 정말 이 사건을 몰랐다 해도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문제의 본질은 조직 연루 여부를 넘는다. 내부 통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는지, 위험 신호는 사전에 감지됐는지, 왜 그런 접촉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기에 그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정보사 군무원 개인의 초대형 일탈(군사기밀 유출)로 국가 휴민트가 붕괴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사건의 핵심은 한 기관의 독단적 행위도, 개인의 일탈도 아니다. 이 같은 사건을 가능케 한 국가 정보 시스템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한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돌이키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의혹을 어영부영 넘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국민의 의혹을 시원하게 긁어 줄 '효자손'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