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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섞인 의무기록 80%가 비정형"… 한국형 의료 AI, 헬스케어 시장 게임체인저 되나
스타트업엔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의료 환경에 최적화된 '한·영 이중언어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주형준 교수팀과 협력해 거둔 결실로, 국내 임상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언어 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성능 검증 결과는 놀랍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수집된 흉부 CT 판독문에 해당 모델을 적용했을 때, 다중 질환 분류 분석에서 종합 정확도 0.94를 기록했다. 보통 의료계에서 정확도 0.9 이상을 확보하면 임상 적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사실상 인공지능이 전문의의 판독문을 완벽에 가깝게 이해하고 질환을 분류해낼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이번 연구가 특히 고무적인 부분은 개발된 모델을 연구자와 의료기관,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인 '깃허브'에 공개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형 병원들이 폐쇄적으로 보유해온 데이터가 기술적 장벽 때문에 사장되었던 전례를 비추어 볼 때, 표준화된 분석 도구의 등장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주형준 교수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임상 데이터를 통해 검증을 마쳤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장 맞춤형 언어모델이 구현됨에 따라 향후 의료 데이터 분석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흉부 CT라는 특정 영역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였지만, 내과·외과 등 전공과목별로 천차만별인 용어 체계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가 철저한 의료 데이터 특성상, 모델 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이슈도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기술 개발은 국내 의료 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고 공공보건 정책의 정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인공지능 연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 만큼 의료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체된 국내 의료 AI 시장에서 '한국형 이중언어 모델'이라는 실용적인 해법이 등장함에 따라, 향후 병원 정보 시스템의 고도화와 진단 보조 AI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